제575화
밤이 깊은 시각, 공주희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확인해 보니 역시나 지예빈이었다.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그녀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주희는 전화를 붙든 채, 눈을 반짝이며 호들갑을 떨고 있을 친구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졌다.
“공주희! 감히 우리 오빠랑 단둘이 오붓하게 휴가를 즐기다니. 순순히 자백하면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장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불어!”
지예빈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기색이었다. 공주희는 머리를 말리며 공지한 부부가 떠난 뒤의 일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정오쯤 지세원의 방에서 점심을 먹고 두 사람은 곧장 바닷가로 향했다. 둘 다 수영복 차림은 아니었다.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햇살은 생각보다 따갑지 않았고 바람은 기분 좋게 선선했다. 맨발로 밟는 모래사장은 보드랍고 폭신해서 꼭 발바닥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파라솔 아래 선베드에 나란히 누웠다.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공주희였지만 막상 누워 보니 세상에 이런 낙원이 따로 없었다. 다들 왜 그렇게 ‘물멍’에 집착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한 번 눕고 나니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한 휴식이었다.
저녁은 호텔 내 식당에서 해결했다. 공지한 부부가 떠나며 챙겨준 뷔페 이용권 2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약된 스위트룸에 포함된 식사권이라는데 공주희는 버리기 아깝다는 핑계로 지세원을 끌고 가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으니 사실상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었다.
공주희의 무미건조한 일과 보고를 들은 지예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답답함을 호소했다.
“야, 너 왜 이렇게 답답해. 내가 다 속이 터지네. 이 귀한 기회를 잘 이용해야지. 확 덮쳐버리지 그랬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세원 오빠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는 거 너도 알잖아.”
공주희의 목소리가 이내 힘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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