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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장 거창한 자리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렇게 날이 밝았다. 이시연은 나에게 아침밥을 건네며 감탄하듯 말했다. “희주 씨 형부 정말 똑똑한 것 같아요. 누가 또 약을 탈까 봐 직접 구내식당에 가서 밥을 받아오라고 했어요. 구내식당 밥에 약을 타려면 모두가 그 약을 먹어야 할 테니까요.” “정말 유나 씨에게 혼쭐을 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요?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에요?” 이시연이 가져온 푸짐한 아침을 바라보며 나는 도무지 입맛이 없었다. 서유나는 정말 내 생각보다 대담했고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 일을 저질렀다. 어제 배진욱의 차를 친 것처럼 말이다. 사실 나는 단 한 번도 서유나가 배진욱을 얼마나 사랑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적어도 유시은처럼 그런 강렬한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숨겨진 사랑일수록 나는 더 걱정되었다.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보기에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다정해 보인다. 겉으로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독한 사람이다. “희주 씨, 괜찮아요?” 이시연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얼른 두유를 집어 들었다. “어제 먹은 게 아직 소화가 안 된 것 같아요. 아침은 그냥 두유 하나만 마실게요.” 그러자 이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제 만난 한 대표님이라는 사람 때문에 그런 거죠? 어쩜 사람이 그렇게 못될 수가 있죠?” “희주 씨, 어제 두 분이 나눈 대화를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건 느낄 수 있어요.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 “앞으로 또 한 대표님을 만날 자리가 있으면 경호원을 몇 명 더 데리고 가야겠어요.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이시연의 말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재민에게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 증인들을 찾아낸 거지? 거짓 증언을 해도 형을 사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왜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안민혁이라는 사람을 모른다 해도 안씨 가문은 들어봤을 텐데 말이다. 돈을 위해서 목숨도 다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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