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6장 암호
“민혁 오빠.”
나는 그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마음으로 그저 병실 문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그는 나를 알아보았지만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일까?’
그가 무사하다는 기쁨과 그가 나를 무시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눈을 세게 깜빡이며 애써 참았다.
이시연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 바로 허리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희주 씨, 속상해 하지 마세요. 사람이 오래 누워 있으면 머리가 이상해질 수도 있어요.”
“아마도 시력이 나빠져서 잘 보이지 않은 걸지도 몰라요.”
그녀는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내려고 애썼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죠. 우리 돌아가요.”
나를 알고 있는 몇 명의 경호원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동하린은 내 방향을 보며 이를 악물고 병실로 들어갔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내 신분은 그저 안민혁과 안소연의 친구일 뿐이고 에덴국에 있는 안하 그룹의 일개 직원일 뿐이다.
그가 나에게 조금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런 신분도 없이 이유를 물어볼 권리도 없고 그의 일에 대해 따질 권리도 없다.
“희주 씨, 그만하죠. 우리 돌아가서 쉬어요. 안 그럼 선생님이 또 희주 씨한테 잔소리하실 거예요.”
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시연은 나를 밀고 떠났다.
가는 내내 그녀는 내가 불편할까 봐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휠체어만 천천히 밀었다.
“로아 씨, 로아 씨! 저 좀 기다려요.”
동하린의 급박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이시연은 내가 이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멈추지 않았다.
동하린이 헐레벌떡 내 앞에 도착하자 이시연은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시죠?”
“로아 씨,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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