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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장 나쁜 남자

유선영은 내 상황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오히려 내가 이렇게 반쯤 죽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도 이제는 똑똑해졌다. 내가 이런 상태라면 절대 안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수 없고 안씨 가문도 이런 며느리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또한 그녀 역시 이제는 자신만의 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유지호는 그녀가 나를 자극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강제로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유선영은 그의 손을 세게 뿌리치며 말했다. “오빠는 유씨 가문의 사람이 맞기나 해? 왜 나를 도와주지 않고 저 여자를 도와주는 거야?” “처음부터 나를 도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의사이자 연구원이야. 나한텐 병을 고치고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해.” 유지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강하게 그녀를 밀어냈다. 나는 두 사람이 병실 문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다투는 소리를 들었지만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강희주라는 것과 내가 죽지 않았다는 알게 될 것이지만 그건 명백한 사실이기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배가 고파서 깨어났는데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눈을 떴을 때 강유정이 침대 옆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내가 손을 움직이자 그녀는 바로 깨어났다. “깼어? 배고프지? 너 이틀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어.” 그녀의 검게 물든 눈가와 헝클어진 머리를 보니 하루 종일 여기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머리결을 정리해주며 약간 미안한 듯 말했다. “언니, 나 배고파요.” 강유정은 나를 흘겨보며 옆에 두었던 보온 도시락을 가져왔다. “너는 참 먹는 걸 좋아한다니까. 그럴 줄 알고 내가 네 형부에게 미리 주문해 놨지.” “네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지만 일단 준비해 놨어.” “죽 좀 먹어.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위가 쓰릴 거야.” 그녀는 한참 동안 잔소리를 했다. 내가 깨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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