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7장 파열

안민혁은 조용히 날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에 난 마음이 다급해졌다. 안민혁이 이렇게 굳은 얼굴을 한 걸 보아 큰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오빠, 아버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는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안민혁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다가 결국 아버지가 강제 마약 투약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상황이 많이 안 좋은데 자세하게 어떤 상황인지는 나도 몰라.” “아버지랑 어머니는 다른 곳에 갇혀 지냈고 지금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어. 유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으니 나도 별다른 방법이 없고.” 난 한참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이 마약이라니, 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씨 가문이 안씨 가문을 제압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소설 속 악당들은 마약으로 사람을 제압하려 했고 이 상황에 마약이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작은 유씨 가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유씨 가문은 그럴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유씨 가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하려고 나섰을 것이다. 의사는 안민혁 아버지의 몸에서 주삿바늘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평소 접촉한 물건에 그러한 성분이 있어 점차 중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럼 이젠 어떡해? 아니 어머님은?” 다행히 안민혁의 약혼식 현장에 두 사람은 나타났었고 정말 약혼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걱정하지 마. 어머니는 이 병원에서 지내고 있고 조금 놀랐을 뿐이지 무탈하셔.” “그런데 뭘 두려워하는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셔서 경찰 조사가 늦춰지고 있어.” 안민혁은 힘겹게 말을 이었고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상대는 부모님의 약점을 쥐고 있거나 약점을 새로 만들어 사실을 고백할 수 없게 조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안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상대는 유선영이었다. “민혁아, 어디 있어? 병실에 왔는데 지금 없네?” “다친 사람이 그렇게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