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4화
수현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남자, 이런 미친 요구를 제기하다니...’
그러나 은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수현은 그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사적인 부위에 한 남자의 이름을 문신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그녀가 철저히 은수에 속하고, 이 남자의 소유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싫어?"
은수는 수현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만 그 말투에는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이 있어 매우 무서웠다.
"......”
수현은 만약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은수는 가연을 육씨네 집안에서 쫓아낼 것이고, 심지어 더욱 지나친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어머니에게 손을 대는 것이었다.
이제 수현은 더 이상 은수의 인간성을 믿을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미친 놈이었고,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아니요, 할게요."
수현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이 승낙하는 것을 보고, 여자는 그제야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하지만, 좀 참아야 할 거야. 그런 부위에 문신하는 것은 매우 아프니까."
자신이 이렇게 초라할 때, 완전히 낯선 사람에게서 보낸 관심을 받으니 수현은 매우 감격했다.
그녀도 앞에 있는 여자가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난처하게 하는 것도 무의미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부탁할게요."
여자는 작은 소리로 응답한 후, 수현더러 옷을 벗어 문신할 위치를 드러내라고 했다.
수현은 옷을 잡고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좀 불편했다.
은수는 오히려 입꼬리를 구부리고 웃었다.
"당신 몸을 내가 안 본 것도 아닌데, 지금 어디서 순진한 척하고 있는 거야? 문신할 부위도 당연히 내가 직접 골라야 하니까, 벗어."
은수의 말투는 마치 그녀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여기는 것처럼 무척 하찮았다. 수현은 입술을 터질 정도로 꽉 깨물었지만, 후과를 생각하니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옷을 잡고 상의를 벗은 다음 수현은 또 바지의 단추를 풀었고, 그렇게 그녀는 절반 노출된 상태로 두 사람 앞에 섰다.
한 여자를 마주하는 것에 대해 수현은 괜찮다고 느꼈지만 은수의 그 음흉한 눈빛은 그녀로 하여금 땅을 파서 뚫고 들어가게 하고 싶었다. 하얀 피부도 강한 수치감으로 인해 점차 옅은 핑크색으로 번져 매우 유혹적이었다.
은수는 수현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전에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의 화면을 떠올리며 다소 정신을 딴 데 팔았지만,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았다.
이 여자는 그녀가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순정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의 밑에 있을 때 또 얼마나 방탕한지 모른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도 그녀를 동정할 필요가 없었다.
은수는 생각하며 차가운 손가락으로 수현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수현은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지만, 그의 손이 닿았을 때 참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그의 손가락은 차가웠기에 닿자마자 그녀는 소름이 돋더니 또 간지러워 그녀의 피부를 더욱 붉게 만들었다. 이런 신체의 본능적인 반응은 분명히 수현의 의지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