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9화
수현은 벌떡 일어났지만 사적인 부위에서 전해오는 통증에 또 쓰러졌다.
수현이 이렇게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하인은 어쩔 수 없었다.
"아가씨, 제가 말했잖아요, 아가씨는 지금 몸이 허약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요. 제가 죽을 좀 끓였는데, 일단 좀 마셔요."
수현은 뭘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굴욕적으로 갇혀 있는데다 엄마 쪽은 어떤 상황인지 몰랐으니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가져가요, 안 먹어요."
수현의 고집에 하인은 어쩔 수 없었고, 바로 이때 문이 열리더니 은수가 문 앞에 나타났다.
은수는 하인이 죽을 들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코코, 너 먼저 나가 있어. 이쪽은 내가 처리할게."
코코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녀도 이 아가씨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아가씨의 약은 제가 책상 위에 놓았으니 식사를 하신 후 설명서에 따라 드시면 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코코도 주인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못하고 서둘러 갔다.
은수가 나타나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
지금 이 남자는 그녀에게 두려움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도대체 얼마나 미친 짓을 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수는 그윽한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고열로 건조해져 찢어질 듯한 입술을 바라보았다.
수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았고, 이 나쁜 놈과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방 안은 말할 수 없는 어색함과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은수는 침대 옆으로 걸어갔고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녀의 신체반응은 머리보고 더 빨아서 그런 말할 수 없는 공포는 이미 뼛속 깊이 새겨졌다.
은수의 눈동자는 어두워졌다. 비록 이런 일을 한 후 그는 이런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고, 수현은 기필코 그를 두려워하고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마주하니, 그는 생각했던 그런 쾌감은 없었고 오히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다.
그러나 은수는 줄곧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가 결정한 일은 종래로 후회하지 않았다. 이 일에 결과가 없더라도 그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사업에서도 그렇고, 감정에서도 그랬다.
수현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상, 그녀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무서워?”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수현이 몸을 떨게 했다.
무섭냐고?
그녀는 당연히 두려웠다. 누가 이런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변덕스러운 남자를 마주하면서 아무런 느낌이 없단 말인가?
그러나 수현도 고집이 센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무서워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마치 이 남자에게 패배를 인정한 것 같았다.
"당신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죠?"
수현은 창백한 얼굴을 들었다.
"당신이 원하는 일은 다 했으니 이제 날 놓아줄 수 있나요?"
"놓아줘?"
은수는 갑자기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왜 그녀는 그의 곁에 있으면서 영원히 어떻게 도망가야 할지 생각하는 것일까? 그녀에게 있어 그는 도대체 무엇일까? 공포스러운 전염병? 그녀는 왜 그렇게도 자신을 피하려 하는 것일까?
은수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 자신과 눈을 마주치도록 강요했다.
수현은 언제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겠는가. 이렇게 난폭한 행동에 그녀는 눈물이 곧 떨어질 것 같았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렇지 않으면요, 설마 당신은 아직도 이런 시시한 괴롭힘에 질리지 않았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