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1화
수현은 이를 악물고 묵묵히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한 입 한 입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이 죽은 맛있었지만 수현은 정말 먹을 기분이 아니다.
그러나 은수가 옆에 서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으니 수현은 자신이 죽을 다 먹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먹은 후, 수현은 이미 토하고 싶었지만 불편한 느낌을 참으며 억지로 모두 마셨다.
은수는 수현이 말을 듣고 음식을 모두 먹은 것을 보고 또 약을 건네주었다.
"약 먹어.»
수현은 무슨 약인지 몰랐지만 자세히 판별할 기분도 아니었기에 가져와서 바로 먹었다.
수현이 약을 삼켰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은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의 머리를 두드렸다.
"좋아, 진작에 그러지. 앞으로도 이렇게 순순히 말 들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은수의 말투는 뜻밖에도 모처럼 부드러웠다. 다만, 수현은 따스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더욱 솜털이 곤두섰다.
이 남자는 그녀와 말하는 말투가 전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부드러울수록 그녀는 오히려 공포를 느꼈는데 그것은 무척 기괴한 기분이었다.
은수는 또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전화가 울렸고, 미자의 전화였다. 그는 수현이 지금 미자를 매우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나가서 받았다.
밖으로 나가서 방 문을 닫고 은수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
미자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은수야, 너 어젯밤에 줄곧 돌아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 생긴 거야?"
은수는 자연히 자신이 어제 외국에서 수현을 데려왔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요, 몇몇 친구들과 밥을 먹다, 술에 취해서 밖에서 하룻밤 보냈어요.»
미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뿌듯해했다. 필경 은수가 친구를 찾아 나가서 기분을 푸는 것은 그 실패한 감정에 빠져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그럼 다음에 미리 우리한테 말해, 그렇지 않으면 두 아이도 널 걱정한단 말이야."
은수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이라면 유담과 유민은 그에게 관심을 가졌을 텐데, 지금은....
그 두 녀석은 겉으로는 말을 잘 듣고 반항하거나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온가네 사람들을 볼 때마다 거리를 두었고, 심지어 시시각각 경계하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그를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 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두 녀석은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다. 필경 그들을 강제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와 갈라놓은 사람이 바로 그 자신 아닌가?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신 이유가 뭐죠?"
"그게, 요 며칠 연설도 돌아올 거야. 윤 비서와 함께. 전에 너희들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이미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냈으니 제대로 화해하자, 응? 그때 가서 내가 작은 연회를 열어 그들을 초대할 테니까 너도 돌아와서 전의 오해를 잘 풀어. 그들은 정말 모두 너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그리고 연설하고 자주 만나봐. 그녀는 너를 위해 다친 사람이잖아."
은수는 그제야 전에 수현이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직접 연설을 귀국시키는 결정을 내려 또 윤찬과 적지 않은 오해가 생겨 두 사람은 불쾌하게 헤어진 일을 떠올렸다. 누가 또 짧디짧은 며칠 사이에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알았어요, 연설 쪽은 제가 더 주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