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화
최재현은 정말 믿었다.
정수아는 그저 얼버무려고 댄 말이었다. 최재현에게 들키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그녀의 말을 믿어 버렸다.
그녀는 잠깐 멍해지더니 고개를 들어 최재현을 봤다. 눈빛에 담긴 감정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정서연을 걱정한 나머지 판단까지 흐려진 걸까? 민간요법 같은 말까지 믿다니 말이다.
“약속 빨리 잡아.”
최재현은 그녀의 침묵이 못마땅했는지 생각에 잠긴 그녀를 말소리로 끊어 냈다.
정수아는 정신을 차리고 두 손을 내리며 억지로 웃었다.
“지, 지금이야. 바로 가자.”
최재현은 주저하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정수아는 손을 꽉 쥐었다.
분노와 씁쓸함이 가슴팍에 번졌다. 정서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렇게 진짜 같은 관심을 받다니 말이다.
두 사람이 떠나자, 병실은 곧 분주해졌다.
의료진이 돌아다니는 사이, 병상 위의 정서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정서연 선생님, 깨어나셨어요!”
오상준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기를 보던 추지훈이 번쩍 고개를 들어 침대를 향했다.
정서연도 마침 그를 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추지훈은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곧장 침상으로 다가갔다.
“어디 불편한 데 있어요? 걱정하지 마요. 지금은 병원이에요, 안전해요. 우리 다 곁에 있어요, 서연 씨.”
추지훈의 목소리에는 격앙이 묻었고, 자기도 모르게 떨림이 스며들었다.
정서연은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소리 내지 않았다. 몇 초 뒤, 아주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열흘이 넘는 혼수 끝에 이런 반응을 보였으니 이만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추지훈이 재빨리 말했다.
“알겠어요. 일단 움직이지 마요. 오상준 선생님이 검사하실 거예요.”
정서연은 재부팅된 컴퓨터처럼, 시선을 추지훈에게만 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 시간쯤 지나, 오상준은 간호사에게 그녀의 몸과 연결된 기기들을 떼도록 했다. 호흡기 하나만 남겨 두었다.
“문제없습니다. 상처는 많이 아물었고, 골절 부위도 정교하게 관리돼서 회복 중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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