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4화
방금 전, 모두 앞에서 다정히 호흡을 맞추던 온화함은 사라지고 둘만 남자마자 그녀의 첫마디에는 차가움과 짜증이 묻어 있었다.
걸음을 멈춘 채 서늘한 표정의 정서연과 마주한 최재현의 가슴이 순간 저릿했다. 그 역시 낯빛을 굳히며 다가섰다.
“의사는 다녀갔어? 언제 깨어난 거야, 아까는 내가...”
목소리에는 여전히 걱정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정서연은 미간을 더 깊게 좁히며 그의 말을 매몰차게 잘랐다.
“별일 없으면 그만 가.”
최재현의 눈에 당혹이 스쳤다.
“지금 무슨 태도야? 난 네가 깨어났을 때 나를 보고 조금이라도 안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심할 거라고?”
정서연이 싸늘하게 웃었다.
“당신도 대충 짐작했을 텐데 그 사람들이 왜 날 납치했는지. 그런데도 내가 당신을 보고 안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그녀는 안심하기는커녕 더 경계할 뿐이었다.
최재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몇 번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침묵이 방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을 때, 문밖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최재현 곁에 다가온 건 정수아였다.
정수아를 보는 순간, 정서연의 눈빛에 혐오가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싸늘하게 말했다.
“둘 다 나가.”
애초에 최재현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라 선생’이라는 남자는 자신이 죽으면 최재현이 괴로워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당연히 아니었다. 오직 정수아가 죽어야만 최재현은 비로소 고통을 느낄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험한 꼴을 당한 건 정수아 대신 자신이었고 그래서 이제 두 사람을 마주하는 것조차 역겨웠다.
최재현의 얼굴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눈을 감고 잠든 척하는 정서연의 모습에 억눌렀던 감정이 미친 듯 솟구쳤다.
‘그동안 계속 곁에서 지켰는데도 그걸로는 부족했나?’
그가 입을 떼려던 찰나, 정수아가 먼저 나섰다.
“언니, 어떻게 재현 오빠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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