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화
추지훈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은근한 화가 배어 있었다. 그 말끝이 가슴 한켠을 예리하게 찌르자, 정서연의 죄책감은 더 깊어졌다. 그녀가 변명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을 이었다.
“다른 일이었다면, 서연 씨가 원할 때 언제든 도왔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실망이에요.”
실망을 넘어 억눌러 둔 분노까지 묻어나는 어조였다. 그는 지금 화가 나 있었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자 정서연은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정말 미안해요...”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길가에 멈춰 섰다.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다행히 어디 부딪히지는 않았다. 운전대 위에서 손을 떼며, 추지훈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내가...”
정서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그를 다독였다.
“아니에요. 지훈 씨가 미안해할 일 아니에요. 다 제 탓인데요, 뭐.”
그녀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이 세상에 후회 약도 없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는 결코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정서연의 표정을 보자 추지훈의 화가 다시 치밀었다.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핑계를 대서 최 대표를 밀어내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닥칠지 알긴 해요?”
정서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잔뜩 웅크렸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최재현이 제대로 화를 내면 결국 곤란해지는 건 추지훈일 거라는 걸.
“미안해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 애써 감정을 다잡았다.
“감정이란 건, 서연 씨가 홧김에 쉽게 내뱉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정서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무슨 소리예요?”
‘지금 이게 감정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정서연은 속으로 되물었지만 그의 얼굴에 스친 감정을 보자 더는 묻지 못했다. 어딘가 이상했다. 화낼 이유는 이해했지만 그의 분노는 엉뚱한 곳을 향하는 듯했다.
그녀의 시선에 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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