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3화

정서연의 볼이 붉게 물들며 정신이 확 들어 벌떡 일어났다. “아, 미안해요. 깊이 잠들었나 봐요.” 두 사람의 관계는 그날 밤 이후로 미묘하게 변했다. 정서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대체 어떻게 추지훈의 다리를 베고 잔 것인지 말이다. 추지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서연 씨가 제 어깨에서 불편하게 자는 것 같길래 제가 옮긴 거예요.”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정서연은 민망해졌다. 핸드폰은 여전히 요란한 진동 소리를 냈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깨버렸다. 정서연은 전화를 받자마자 진도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서연아, 수술 과정 정리는 추 선생이랑 다 되어가나? 몇 분 뒤에 회의 시작하는데 언제 올 거니?” 그 말을 들은 정서연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이미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원장님. 죄송해요...” 정서연은 자신이 늦게 일어난 탓에 회의가 뒤로 밀린 줄 알고서는 황급히 사과하려고 했다. 이때 추지훈이 정서연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원장님, 정리는 끝났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정서연은 추지훈은 의아한 얼굴로 보았다. 그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물었다. “뭘 준비하기로 한 거예요? 전 하나도 안 한걸요.” “걱정하지 말아요. 다 준비가 되었으니까 얼른 가요. 가서 회의해야죠.” 추지훈은 먼저 일어나 책상 위에 올려둔 프린트를 가득 챙겨 들고 진료실을 나갔다. 정서연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일어나 추지훈을 따라갔다. 너무도 담담한 추지훈의 모습에 그제야 추지훈이 회의 시간을 뒤로 미뤘음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리고 수술 과정 정리는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원래 그녀가 하려고 했던 말을 하면 되었고 자세한 부분은 추지훈이 이미 정리하고 프린트로 만들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서연은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졌고 그의 뒷모습만 보고 있어도 두근거렸다. “혼자 그 많은 걸 다 한 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