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차갑기 그지없는 말들이 송곳처럼 박경희의 심장을 찔러왔다.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박경희는 얼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 네 엄마야. 세상에, 어떻게 자기 엄마를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어?”
정서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 누르다가 다시 어머니의 손목을 붙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 놔. 대체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야?”
박경희는 날카롭게 그녀를 바라보며 경계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여기서 하죠.”
정서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자 박경희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이게 지금 엄마한테 할 소리니? 그래, 좋아. 그럼 네 진료실에서 얘기하자.”
정서연은 단호히 거절했다.
“안 돼요. 옥상으로 가죠.”
어머니의 속셈이 무엇이든 더는 신뢰할 수 없었다. 진료실은 그녀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사적인 공간이었고 그곳에 어머니를 들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박경희는 딸의 태도가 이전과 달리 한층 단호해졌음을 느꼈고 이제는 자신이 딸을 쉽게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좋아, 그렇게 하자.”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까지 오르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초봄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다. 정서연은 난간 근처에 서서 양손을 주머니에 깊이 찔러 넣었다.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은 채 기계처럼 차갑고 메마르게 흘러나왔다.
박경희는 그런 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 어쩌다 이렇게 됐니? 내가 너한테 엄마니, 원수니?”
정서연의 눈동자는 죽은 호수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30분 뒤에 진료가 있어요.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할 시간은 없어요.”
“쓸데없다고?”
박경희는 순간 화가 치밀었으나 참으며 불만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전에 네가 최씨 가문에 시집갔을 때, 나랑 네 아빠가 얼마나 도왔는데, 그런데 너는 집안에 도움을 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니? 한 푼도 집에 가져온 적이 없잖아.”
불만 섞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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