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최병문의 호언장담에 정서연은 오히려 하고 싶었던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저 재현 씨 사랑하니까 자꾸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최병문은 그제야 크게 안도했다.
“그럼 다행이고. 네가 재현이한테 아무 감정 없을까 봐 너무 걱정이었단다.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오히려 나까지 미워할지도 모르지.”
정서연은 소리 내어 웃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세상 사람을 다 미워해도 할아버지를 미워할 일은 없어요.”
정서연은 최병문에게 신신당부했다.
“돌아가서 꼭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고집을 부리시거나 편식해서는 안 되세요.”
최병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손주며느리가 당부한 건데 절대 잊을 리 없지.”
성공적으로 화제를 돌린 정서연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정서연의 대답을 들은 최재현은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최재현은 정서연이 어떤 행동을 하든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정서연이 접근하는 게 그렇게 싫었고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를 증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아직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최재현은 너무 기뻤다.
마음속으로 이혼하겠다고 난리인 정서연이 여전히 불만스러웠지만 최재현은 입가에 퍼지는 미소와 만족스러운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최재현은 정서연이 방금 한 말을 믿고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남민수를 불렀다.
“남 비서, 병원에 100만 더 투자해요.”
남문수는 잠시 잠시 멈칫하다가 태블릿을 꺼내 한참 뒤적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대표님 계좌에 있는 돈은 다른 용도가 있습니다. 이 100만은...”
최재현은 남문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었다.
“내 말대로 해요. 다른 일정은 잠시 연기해도 괜찮아요.”
남문수는 뭔가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최재현 옆에 있으면서 그는 한 번도 최재현이 원래 계획을 깨뜨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병원을 위해, 아내를 위해 예외를 두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네.”
남문수가 떠나자 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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