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햇살이 창문 틈새로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화려하게 꾸며진 거실은 눈 부신 빛 속에서도 어딘가 음습하고 쇠락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주씨 가문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였지만 남자들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여자들은 안쪽 방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얼굴에는 무거운 가면을 쓴 듯한 표정이었고 무엇보다 웃음과 대화 속에는 숨겨진 위선과 계산이 묻어나왔다.
백연은 주재현의 할아버지께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시선을 자연스럽게 하지윤에게 돌렸다.
그녀는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남아 있었다.
그 순간 하지윤의 시선은 오직 주재현 입가의 상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금방 눈치챘다. 그건 키스할 때 일부러 물어 남긴 상처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윤은 그 상처를 보며 마음 한 켠이 시리고 질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원래 지윤이가 재현이랑 잘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뻔뻔하게 끼어들다니.”
한 온몸 가득 반짝이는 장신구를 하고 있는 여자가 비꼬듯 말했다.
백연이 시선을 돌리고 보니 그 여자는 바로 주재현의 둘째 형수... 유미였다.
유미는 백연과 백진우의 관계를 알기에 그녀는 유독 백연에게 적대적이었다.
“언니, 저랑 재현이는 이미 지난 일이에요.”
하지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움켜쥔 손은 마음속 불만과 질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유미를 향해 눈빛을 쏘듯 말했다.
“맞아요, 형님. 제 약혼자랑 지윤 언니는 이미 끝났어요. 설마 이제 와서 지윤 언니를 설득하려 들진 않겠죠?”
순간 하지윤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고 유미는 불쾌한 눈빛으로 백연을 째려봤다.
“네가 재현 도련님이 협박해서 약혼한 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알아. 너 같은 속셈 많은 여자는 우리 주씨 가문에 들어올 자격 없어.”
백연은 눈을 깜빡이더니 케이크를 한 입 깨물며 받아쳤다.
“형님 말씀 틀렸어요. 전 제 양동생의 신장과 재현 씨를 거래한 거예요. 물론 재현 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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