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박창진은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단정히 올려 성숙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타고난 지배자의 아우라가 물씬 풍겼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제 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딸 박아윤은 박씨 가문의 소중한 딸이자 저만의 공주입니다.”
임지효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온몸의 피가 멎은 것만 같았다. 무대 위에 선 남자의 얼굴이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박씨 가문이 정말 그 재벌 박씨 가문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성이 같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려 20년 동안 그녀를 잔인하게 속여왔다. 만약 진작 알았다면 임씨 가문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임씨 가문 사람들뿐 아니라 지금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이는 데이비드였다. 그는 엉망이 된 꼴을 돌볼 겨를도 없이 얼굴빛이 창백해져 박아윤에게 달려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데이비드는 필사적이었다. 스스로 뺨을 연거푸 때리며 용서를 빌었다. 이미 박정우에게 맞아 부어오른 얼굴은 더욱 흉하게 부풀어 있었다.
억지로라도 웃어보려 했지만 입꼬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통이 너무 컸던 것이다. 그는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며 간청했다.
“박아윤 씨,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귀신에 씌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는 곧바로 임씨 가문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저는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제발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하기 짝이 없던 데이비드가 지금은 한없이 비참한 모습으로 전락해 있었다.
“지금 당장 그만하세요.”
박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데이비드의 요란한 하소연에 머리가 아픈 듯 날카롭게 내뱉었다.
그러나 임지효에게 데이비드의 발악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놀라움과 분노에 휩싸여 앞으로 나서더니 박정우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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