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임씨 가문.
“지효야,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
김하정은 안방에서 물건을 챙기러 나오다 마침 현관을 나서려던 임지효와 맞닥뜨렸다.
“그냥 친구랑 갑자기 약속이 생겼어요. 안 돼요? 저도 이제 어린애는 아니잖아요.”
임지효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꾸했다.
마치 김하정이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듯한 태도였다.
박씨 가문에서 지낼 때는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생활에 간섭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충분한 개인 공간을 허락해 주었다.
하지만 임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김하정은 모든 일에 관여했다. 화장실에 가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것을 보고해야 할 정도였다.
임지효의 말에 뼈가 섞여 있음을 눈치챈 김하정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뜻이야? 엄마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잘못이라는 거니? 늦은 밤에 꽃단장하고 나가서 이상한 사람이나 만나는 건 아니지?”
친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듣자 임지효는 짜증이 치밀었다.
“이상한 사람이요?”
“흥, 엄마는 모르시겠죠. 지난번에 드린 2억, 그게 바로 엄마가 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준 돈이라는 걸요. 마음에 안 드시면 돌려주세요.”
그 말에 김하정의 태도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녀는 임지효의 손을 붙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효야, 오해하지 마. 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 넌 엄마가 열 달 동안 품어 낳은 딸이야. 당연히 아껴서 하는 말이지. 엄마 눈에는 네가 늘 예쁘고 순수하게만 보여서 혹시 다른 사람에게 속을까 봐 걱정되는 것뿐이야.”
눈앞에 굴러들어 온 황금 거위를 놓칠 수 없었다. 김하정은 임지효가 건넨 돈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임지효가 주은호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 속으로는 기쁨이 가득했다. 두 사람이 빨리 인연을 맺고 평생을 함께하길 바랐다.
“저도 옳고 그름을 가릴 능력이 있어요.”
임지효는 속으로 김하정에 대한 불만을 삭이며 대꾸했다.
“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나가 볼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김하정과 얽혀 있을 시간이 없었다.
HS 바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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