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며칠 뒤, 깊은 밤. “쿵!” 2층에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서 올라가 봐요. 혹시 유하가 넘어졌나 봐요!” 유선영은 화들짝 놀라며 박창진을 등 떠밀었다. 박창진이 급히 2층으로 올라가 방문 앞에 서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유하... 유하야!” 아랫층에서 기다리던 유선영은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밤이 되면 시력이 거의 보이지 않아 유선영은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조심스레 계단을 올랐다. 그 순간, 찢어질 듯한 박창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보, 유하가 일어섰어! 유하가 일어났다고!” 유선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실루엣 속에서 박유하가 두 다리로 서 있는 모습이 또렷이 그려졌고 유선영은 곧장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시는 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날, 평생 휠체어에 묶여 살아야 할 줄 알았던 아들이 지금 서 있었다. 조금 전에 울린 소리는 박유하가 다시 걸음을 시도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었고 오랫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며 근육이 약해져 지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창진은 벅찬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유선영을 와락 껴안았다. 눈물과 콧물이 유선영의 어깨에 그대로 묻었다. 유선영은 처음에는 감격했지만 곧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 사람... 감동은 좋은데 제발 자제 좀 하지.’ “좋은 소식을 아윤한테도 알려야 해요. 아윤이가 아니었으면 제 눈도, 유하 다리도 이렇게까지 회복되지 않았을 거예요.” 유선영은 눈가를 닦고는 닦은 눈물을 오히려 박창진 옷자락에 문질렀다. ‘받은 그대로 돌려주기... 이게 딱 맞지.’ “잠깐만요. 아직 말하지 마세요.” 박유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박창진과 유선영은 동시에 아들을 바라봤다. “유하야, 왜 그러니?” 박유하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제가 제대로 걸을 수 있을 때.... 그때 얘기해요.” 박창진은 분위기를 살리려다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아... 알겠어. 제대로 큰 거 한 방 터뜨려서 감동 주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