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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화장실. 박아윤은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아직 술에 취했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대비해 박아윤은 오기 전에 직접 침 몇 군데를 눌러 두었는데 이대로 무너질 리가 없었다. 박아윤의 세면대를 짚은 손끝이 떨렸고 거울 속 비친 얼굴은 점점 흐릿해졌다. 박아윤은 정신을 붙잡으려는 듯 자신의 뺨을 두어 차례 세게 때렸다. 주머니를 뒤적이다가야 휴대폰을 아까 좌석에 두고 온 걸 떠올렸다. 비틀거리며 화장실 문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와 부딪쳤다. 정신은 흐려도 예의는 남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때 가방 아가씨?” 주은호가 눈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박아윤은 눈살을 찌푸렸고 창백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아니에요.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주은호는 정체를 뻔히 알면서도 굳이 예전 별명으로 불렀다. 두 사람의 인연이 가방 때문에 시작된 걸 주은호는 기억하고 있었다. 주은호는 바람둥이 같은 남자였기에 지금 박아윤의 상태가 단순 취기가 아니라는 걸 단번에 짐작했다. 누가 술에 약을 탄 게 분명했다. 주은호는 휘청이는 박아윤을 붙잡으며 낮게 읊조렸다. “누가 아가씨를 함정에 빠뜨린 모양이네요.” 박아윤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간신히 버텼다.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 “알았어요.” 그 말에 주은호는 순순히 손을 거뒀다. 하지만 곧 몸이 기울며 쓰러지는 박아윤을 다시 끌어안았다. “보세요. 괜히 애써 버텨서 뭐해요.” 박아윤은 온몸이 화끈 달아오르고 숨결마저 뜨겁게 흘러나왔다. 옷차림은 가벼웠고 술집은 냉기가 가득했는데도 박아윤의 몸에서 나는 열기는 식지 않았다. 결국 박아윤은 주은호의 품에 고스란히 안겼다. 그러자 술 향기에 섞인 은은한 향수 냄새가 주은호의 코끝을 스쳤고 눈길이 닿은 곳은 하얗고 가느다란 박아윤의 목선이었다. “젠장... 여보세요.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주은호는 낮게 욕을 내뱉었다. 지금 상황을 이용하려는 순간, 머릿속에 스친 건 박씨 가문의 무게였다. 주은호는 제멋대로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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