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병원을 떠나기 전 강도윤은 휠체어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걷는 데 지장 없어요.”
휠체어를 밀고 오는 간호사를 보며 최지은이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가 무슨 장애인도 아니고,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도윤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입구 계단을 고개 숙이지 않고 내려갈 수 있겠어?”
최지은은 묵묵부답했다.
강도윤이 머리를 바짝 들이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
“설마 이 기회에 또다시 내 품에 안기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아무리 목소리를 낮췄다 해도 바로 옆인 지라 간호사의 귀에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순간, 여자의 얼굴에 알 듯 말 듯 한 미소가 떠올랐다.
최지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마지못해 휠체어에 앉았다.
강도윤이 손잡이를 잡고 휠체어를 밀며 병원을 나섰다.
차 앞에 도착하자 최지은은 재빨리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급히 움직이는 바람에 목 근육이 당겨지며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강도윤은 그녀가 탈 수 있도록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목을 짚고 차에 올라타는 동작이 어딘가 둔하고 어설펐다.
강도윤은 재촉하는 대신 묵묵히 기다렸다.
그녀가 자리에 앉고 나서도 문을 열어둔 채 고개를 차 안으로 들이밀었다.
깜짝 놀란 최지은이 몸을 움츠리며 등받이에 바짝 붙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강도윤의 날카로운 눈매에 알 수 없는 웃음기가 스쳤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까이 다가갔다.
“몰라서 물어?”
최지은은 바짝 긴장했다.
“그런 농담은 좀...”
강도윤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였다.
최지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경계하듯 바라봤다. 겁먹은 기색은 전혀 없고 자칫하면 맞설 태세였다.
그때, 찰칵하고 안전벨트가 잠기는 소리가 났다.
최지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도윤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방금 무슨 상상 한 거야?”
최지은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무 생각 안 했어요.”
사실 속으로는 강도윤이 얄팍한 짓이라도 했다간 어떤 식으로 그의 머리를 박살 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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