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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강도윤이 거실로 걸어 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길을 터주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강 대표님, 조심히 가세요.”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무심하게 그들 곁을 지나갔다. 최지은은 뻣뻣한 미소를 지은 채 그의 옆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겉으로 보기엔 여유로워 보였지만 긴장감이 목 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모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지은이 먼저 화제를 꺼냈다. “강 대표님, 우리 언제 운성으로 가나요?” “내일.” 단 한 마디. 그 짧은 대답에 그녀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네? 왜...” 말을 잇기도 전에 최지은은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서둘러 목소리를 낮추며 강도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왜 미리 말씀 안 하셨어요?” 내일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웠다. “지금 말해주고 있잖아.” 최지은이 아무 말도 없자 강도윤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 “왜? 운성은 네 아지트나 다름없잖아. 갑작스럽게 간다니까 두려워?” “그런 건 아니에요.” 최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저 최지유의 몸 상태가 걱정스러웠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최지은은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물었다. “제가 운성에서 일을 잘하면 시간 날 때 도성에 자주 올 수 있을까요?” 강도윤은 시선을 돌려 최지은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 스며 있었다. 괜히 마음이 조여 온 최지은은 황급히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업무에 지장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약속드려요.” 강도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운성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 이제는 도성에 더 오고 싶나 봐? 운성에 미련은 조금도 없어?” 그녀의 눈에 미묘한 빛이 스쳤다. “운성에 대한 미련이라면 할머니뿐이었어요. 하지만 그분도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아무런 미련도 없어요.” 최지은에게 이제 가족이라고는 최지유 한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현재 최지유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으니 마음이 자연스레 도성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강도윤은 그녀를 흘긋 보며 담담히 말했다. “참, 냉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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