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그 남자가 누군데?]
배아현은 그 한 줄의 문자를 끝으로 더는 답하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도 회답이 없자 최지은은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음 끝에 전화를 받은 배아현은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지유 언니한테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지은아, 그만 물어봐. 그 사람이 누구든 달라질 건 없잖아.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배아현은 최지유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하긴, 결혼까지 앞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최지은은 답답한 마음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가슴속이 먹먹하고 미묘한 죄책감이 스며들었다.
친동생이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최지유를 관심 있게 바라본 적도 없었고 언니의 마음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배아현은 최지은이 계속 질문할까 봐 두려워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최지은은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쥔 채 감정을 다잡으려 했지만 눈가가 이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도성으로, 그리고 최씨 가문으로 좀 더 일찍 돌아오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최지유가 가장 힘들어할 때 곁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것도 후회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최지은은 퉁퉁 부은 눈으로 일 층에 내려갔다.
이미 식탁에 앉아 조용히 식사하고 있던 최지유는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동생의 부은 눈을 보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눈이 왜 그래?”
최지은은 손거울을 꺼내 자기 얼굴을 힐끗 바라보며 눈초리를 정돈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젯밤 감정이 복받쳐서 참을 수가 없었어.”
최지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최지은 몫의 아침 식사를 그녀 앞에 밀어 놓았다.
최지은은 자리에 앉아 우유를 한 번에 들이켜 마신 뒤 곧바로 말했다.
“나 오늘 강 대표님이랑 운성으로 출장 가.”
최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에 말했어.”
최지은은 차분한 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가도, 눈꼬리도, 평소와 다름없었고 울었던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대로 자신은 눈이 퉁퉁 부어 우스꽝스러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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