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최지은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 서 있던 강도윤은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세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지은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눈을 곧게 마주했다.
“강호그룹이 운성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텐데요. 강도윤 씨 같은 분께는 시간이 곧 돈이잖아요.”
그녀의 말에도 강도윤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최지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기획이나 제안서는 자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일은 여전히 약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온 김에 끝까지 해보자는 심정으로 말을 이었다.
“혁운그룹의 조건은 여러모로 괜찮을 거예요. 강호그룹이 운성에 빠르게 자리 잡으려면 이만한 조건도 없을 테고요. 강 대표님께서 설마 저희 사이의 그 보잘것없는 과거 때문에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진 않겠죠?”
“보잘것없는 과거라?”
강도윤은 그녀의 말을 되뇌며 곱씹듯 중얼거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는 이미 구겨져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최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강씨 가문과 혼사가 정해졌을 때 이미 어머니를 따라 운성으로 와 있었고 최씨 가문과 인연을 끊고 혼약을 파기하기까지 단 한 번도 강도윤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만약 어른들이 정해둔 혼사가 아니었다면 그저 낯선 남남에 불과했을 뿐이다.
따라서 최지은은 그것이 그렇게 큰 원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간, 강도윤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던 담배가 툭 꺾였고 잘린 부분에서 담뱃잎이 흩날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불현듯 짧게 웃더니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최지은 씨, 남자의 인생에서 원수를 남기는 세 가지가 있는데 뭔지 아세요?”
최지은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강도윤은 등을 돌린 채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친을 죽인 원수, 아내를 빼앗은 원수, 자식을 잃게 한 원수.”
“우린 결혼하지도 않았잖아요.”
최지은의 목소리는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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