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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한수혁이 바람을 피웠다. 최지은은 웨딩샵 탈의실 밖에서 곧 자신의 남편이 될 한수혁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모습을 보았다. “수혁 씨... 이 웨딩드레스 내가 입은 게 예뻐요? 아니면 수혁 씨 약혼녀가 입은 게 예뻐요?” “당연히 네가 더 예쁘지. 나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그것만으로도 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지 않아?” 만족스러운 대답에 여자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수혁 씨가 날 평생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수혁 씨 결혼식 날, 기념일 날에도 영원히 오늘을, 나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최지은은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늘 가정을 우선시하던 한수혁은 결혼식을 앞두고 최근 들어 자주 출장을 떠났다. 그런데 사실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최지은은 속이 울렁거리는 걸 참으며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 두 사람은 함께한 지 7년이 되었다. 그들은 함께 창업하고 함께 노력해서 오늘날의 혁운 그룹을 만들어냈다. 최지은의 언니는 한수혁이 절대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했고 그녀에게 따로 문자도 보냈었다. [날 포함한 최씨 가문 사람들은 너랑 한수혁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최지은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결혼 안 할 거야.] 한참 뒤에야 답장이 도착했다. [한 달 뒤 도성으로 돌아오면 그 말 믿을게. 그렇지 않으면 너랑 연을 끊을 거야.] 최지은은 알겠다고 답장을 보낸 뒤 휴대전화를 다시 넣어두었다. 최지은은 차에 시동을 걸고 그곳을 떠났다. 한편 한수혁은 여자를 끌어안고 웨딩샵에서 나오다가 익숙한 번호판을 보고 흠칫했다. 잠깐 사이 차는 멀어졌다. 한수혁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여자의 손을 뗀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다시 평소의 신사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서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 한수혁의 옆에 있던 여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싫어요.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가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한수혁은 손을 들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서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착하지.” 여자는 감히 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손을 거두어들인 뒤 한수혁의 비서를 따라 떠났다. 여자가 떠난 뒤 한수혁은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차에 빛이 반사되면서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돈, 여자, 술에 대한 탐욕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별장으로 돌아간 뒤 한수혁은 주차장에서 최지은의 차를 보게 되었다. 최지은은 운전석에 앉은 채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 한수혁은 차 문을 열면서 팔에 걸치고 있던 정장을 최지은의 조수석 쪽에 던져놓은 뒤 최지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수혁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단추를 여러 개 풀어서 단단한 가슴 근육이 언뜻언뜻 보였다. 다른 여자가 남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최지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한수혁은 몸을 기울이며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했고, 최지은은 휴대전화를 끈 뒤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으면서 퉁명스레 말했다. “내가 외출하는 게 무서워?” 한수혁은 잠깐 침묵했다. “그럴 리가. 자기가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나갈 수 있지. 나는 자기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 그런 거야.” 한수혁은 그렇게 말하더니 웃는 얼굴로 팔을 뻗어 최지은을 끌어안으면서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최지은을 달랬다. “나한테 얘기해 봐. 누가 자기를 화나게 한 거야?” 최지은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수혁의 얼굴을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한수혁은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었다. 그는 최지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눈치채고 이유를 알아낸 뒤 문제를 해결하여 그녀를 달래주려고 했다. 최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 한수혁을 바라보지 않은 채 매우 덤덤히 말했다. “한수혁, 너 요즘 많이 바쁜 것 같던데 결혼식 취소하는 건 어때?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 괜히 바빠지기만 할 테니까.” 한수혁은 최지은이 철없이 군다고 생각했다. 그는 현재 이 도시에서 유명 인사였는데 결혼식을 취소하면 다른 이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최지은은 한수혁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결혼식 취소하자고. 괜히 바빠지기만 할 거야.” 최지은이 말을 마치고 떠나려 하자 한수혁이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한수혁의 얼굴에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이유는 우리 회사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잖아. 우리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다른 애들보다 뒤처지길 원하는 건 아니지? 나 출장 갔다가 이제 막 돌아왔는데 날 걱정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성질이나 부리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자기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최지은은 자신을 탓하는 한수혁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의 앞에 있는 남자는 최지은에게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처럼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한수혁은 끝도 없이 거짓말을 쏟아냈고, 대다수의 남자들처럼 바람을 피워놓고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고 했다. 마치 어쩔 수 없이 배신한 것처럼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최지은이 한수혁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면서 그에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라고 협박한 줄 알았을 것이다. 결혼식까지는 두 달 남아 있었고, 최지은의 언니는 최지은에게 한 달 안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한 달 뒤, 최지은은 한수혁을 자신의 삶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이다. 최지은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간 뒤 방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씻으려고 했다. 한수혁이 그녀를 따라와 뒤에서 최지은을 안으며 가련한 척했다. “지은아,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그동안 너무 바빠서 미처 너를 챙기지 못했어. 나 당분간은 회식이 있어도 참석하지 않고 퇴근하면 바로 집에 돌아와서 너랑 같이 있을게. 응?” 최지은은 시선을 들어 거울 속 다정하게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한수혁을 바라보며 경멸 어린 미소를 지었다. “굳이? 난...” 최지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수혁의 벨 소리가 울렸다. 그 벨 소리는 최근 유행하는 남녀 듀엣의 사랑 노래였다. 예전에 한수혁의 벨 소리는 가장 기본적인 벨 소리였다. 최지은은 한창 그와 연애 중일 때, 동시에 회사를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수혁에게 자신과 똑같은 남녀 듀엣곡으로 벨 소리를 맞추자고 했었다. 그러나 당시 한수혁은 고객과 미팅을 자주 해야 하니 그런 벨 소리를 쓰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면서 거절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일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 벨 소리를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한수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힐끗 보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보이스 피싱이야.” 최지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휴대전화 화면에 ‘181초’라고 뜨는 것을 보았다. 최지은은 짧게 대꾸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수혁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고, 한수혁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벨 소리가 울리자 한수혁은 결국 몸을 돌리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 “요즘 회사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몇 개 있어서 많이 바빠. 그러니까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오늘 밤에는 회사에 남아서 야근해야 하니까 내일 아침 돌아와서 자기랑 같이 웨딩드레스 보러 갈게. 나 안 기다려도 되니까 일찍 쉬어.” 최지은은 한수혁을 보지 않고 계속해 이를 닦았다. 그녀는 거울을 통해 한수혁이 욕실을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수혁이 떠난 뒤 최지은은 휴대전화로 181초가 어떤 의미인지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답변 중 가장 눈에 띄는 해석을 보았다. [인간의 열정은 3분을 넘지 못한다고 하지만 널 향한 내 마음은 쉽게 식지 않을 거야.] 최지은은 괴로운 마음을 참으며 부동산 앱을 켜서 그들이 지내고 있는 이 별장을 앱에 매물로 등록했다. 한 달 뒤 최지은은 도성으로 돌아갈 테니 운성의 부동산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최지은은 한수혁을 포함한 이곳의 모든 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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