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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한수혁은 조용히 최지은의 등 뒤로 다가가 아무 예고도 없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최지은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버렸고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차갑게 물었다. “여기 왜 온 거야?” 그녀는 곧바로 몸을 비틀어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한수혁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외할머니를 의식한 듯한 조심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오면 안 돼?” 최지은은 그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다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잠시 침묵하던 한수혁은 곧 불만을 드러냈다. “별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왜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했어? 결혼식도 얼마 안 남았는데 친척들이 오면 다 어디서 지내라는 거야?” 오늘 별장에 들렀던 한수혁은 공사 현장을 보고서야 리모델링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사가 업주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말까지 들었다. 최지은은 그가 아직 별장을 팔았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걸 깨닫고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호텔에서 묵으면 되지. 운성에 호텔이 얼마나 많은데 머물 곳이 없겠어?” 태연하게 내뱉는 그녀의 말투에 한수혁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잔뜩 찌푸린 미간에는 불만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최지은은 그가 곧 화를 낼 것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눈치를 살피며 물러설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별장은 내 명의로 된 내 개인 재산이야. 내가 어떻게 하든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그러니까 그런 간섭은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어.” 차갑게 내뱉은 그녀의 말에 한수혁의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졌다. “우린 곧 결혼할 사인데 내가 우리 신혼집을 리모델링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야 해?” “신혼집을 여자의 개인 재산으로 정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최지은은 곧장 맞받아쳤다. 한수혁은 잠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다가 낮게 불만을 터뜨렸다. “지은아, 너 갑자기 왜 이래?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미리 말했어야지. 내가 새로 별장을 사서 신혼집으로 만들 수도 있었잖아.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지금 네가 상의도 없이 리모델링을 시작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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