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주나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최지은이랑 강도윤이 약혼했다고?’
“지은아, 너랑 도윤 오빠...”
주나연은 입을 열긴 했지만 끝까지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최지은이 정말 그렇다고 해버리면 자신이 무안해지는 건 뻔했으니까.
주나연은 억지로 숨을 들이켰고 화제를 바꿨다.
“너랑 도윤 오빠, 진짜 사이 좋아 보인다.”
배아현이 비웃듯 쳐다보며 말했다.
“둘이 사이 좋든 나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그 말에 주나연은 얼굴이 확 굳었고 당장 받아치려 했다.
“오늘은 유난히 시끌시끌하네?”
이때 권민희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쏠렸다.
주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민희 언니, 가영 언니! 오셨어요?”
권민희는 주나연을 흘끗 보고 옆에 있는 김가영을 향해 웃었는데 눈빛에 노골적인 조롱이 섞여 있었다.
“언니? 가영아, 너 언제 이런 동생을 뒀어?”
김가영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쟤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는데 내가 말릴 수는 없지.”
권민희는 주나연 따위는 눈에도 안 들어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주나연의 고모가 김가영 아버지의 오랜 불륜 상대였다는 건 이 바닥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였다.
결국 두 사람은 재혼하긴 했지만 주나연의 고모는 여전히 ‘불륜녀’였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래서 주나연은 상류 사회에 끼어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모욕을 당해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권민희는 김가영의 팔짱을 끼고 주나연의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내 그녀의 시선이 최지은 쪽으로 향했다.
김가영이 고개를 들자 최지은과 배아현이 앉아 있는 긴 소파 쪽의 여자들이 잽싸게 일어나 인사를 했다.
“김가영 씨, 권민희 씨.”
김가영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권민희는 그런 모습에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아부에 목매는 인간들, 자존심이라고는 없네.’
그러다 문득 시야 한쪽에서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 앉은 여자들 중, 두 사람만 여전히 일어서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