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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내가 뻔뻔하든 말든 그건 네가 가르칠 일이 아니야. 네가 뭔데 나한테 훈계질이야?” 주나연은 휘청거리다가 두 발로 간신히 버텼다. 아까 최지은이 그녀의 손목을 쥘 때 힘이 꽤 세서 주나연은 자신이 최지은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주나연은 분노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더 이상 함부로 손을 쓰지는 못했다. “너, 우리 사촌 언니랑 도윤 오빠가 곧 약혼하는 거 알지? 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불륜녀야. 도윤 오빠가 지금 널 좀 챙겨주는 건 그냥 좀 새로워서 그런 거야. 그게 얼마나 가겠어? 너희 최씨 가문이 지금 그 꼴인데, 네가 강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을 거 같아? 꿈 깨.” 그 말에 최지은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눈웃음을 머금은 채 주나연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속삭였다. “그런데 말이야, 도윤 오빠가 지금 날 예쁘게 봐주는 이 시점에 네가 이렇게 나한테 덤비면 나중에 내가 오빠한테 일러바치면 어떻게 될까?” 주나연은 얼굴이 확 굳었고 이를 갈며 최지은을 노려봤다. “이 싹수 없는 년.” 그러나 최지은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고 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싹수 없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 이렇게 나한테 달려들어 봐야 결국 네가 노리는 건 그 싹수 없는 년의 자리를 얻는 거 아니야?” 최지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녀의 말은 비수처럼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쉽게도 도윤 오빠는 그 자리를 나한테 줬거든. 너는 안타깝게도 오빠의 눈에 전혀 들지 못해.” 그 말에 주나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헛소리하지 마!” “그래, 네가 그렇게 믿고 싶다면 그러라고.” 주나연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최지은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 ‘쉿’ 소리를 냈다. “네 언니 오늘 기분 안 좋은 거 알지? 네가 여기서 또 난리치면 결국 망신당하는 건 너야.” 그 한마디에 주나연은 입이 붙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최지은은 차갑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처음 도성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주나연에게 살갑게 대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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