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최동해는 억지로 책임을 최지은에게 돌리려 했다.
하지만 최지은은 그의 눈빛을 철저히 무시한 채, 시선을 강도윤에게로 돌렸다.
셔츠에 튀어 번져가는 커피 얼룩, 매끈한 쇄골 위에 맺힌 커피 몇 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휴지 몇 장을 뽑아 건네려던 찰나, 옆의 남자가 낮게 내뱉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사람 속 긁네.”
최동해는 마치 강도윤과 대화의 공통분모를 찾은 듯, 덥석 말을 이어 붙였다.
“예전에 이 계집애가 너랑 혼약을 깨겠다고 고집했을 때, 내가 온갖 방법으로 막았지. 하지만 얘가 자기 엄마를 똑 빼닮아서 아주 고집불통이었어. 만약 얘만 아니었더라면 우리...”
강도윤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최지은의 손에서 휴지를 건네받아 커피 자국을 닦아냈다.
그 모습을 본 최동해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조금 전 자신이 내민 휴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지금 최지은이 건넨 휴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었다.
눈에 미묘한 의문이 스쳤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만 해도 우리 최씨 집안과 강씨 집안은 얼마나 각별했는데. 다 이 못된 계집 때문에...”
강도윤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말을 끊었다.
“아저씨, 지난 일은 그만 얘기하시죠.”
최동해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뭐 좋은 일이라고...”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도윤이 다시 잘라 말했다.
“전 바빠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차갑고도 정중한 말투, 그러나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어조였다.
최동해는 순간 얼어붙었으나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아... 그래.”
그제야 그는 강도윤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최지은이 고집을 부려 강씨 가문과의 혼약을 파기한 뒤, 강씨 가문은 최씨 가문을 상대로 모든 교류를 끊어버렸다. 강도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감히 강도윤의 앞에서는 내색할 수 없었다.
이미 강씨 가문의 위세는 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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