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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주최 측은 아주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빠르게 포스기를 챙겨 와서 카드를 긁게 한 뒤 경매품까지 바로 전달했다. 최지은이 사인을 마치자마자 경매장에 올라간 경매품이 다시 한번 그녀의 이목을 끌었다. 진행자가 소개하고 있는 보석이 박힌 목걸이는 최지은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최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패들을 들었다. 이번에 한수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몇 번 패들을 들던 그는 아예 라이트를 켰다. 현장이 술렁댔다. 최지은은 손을 내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가림막을 두드렸으나 가림막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 패들을 들었다. 그렇게 몇 번 경쟁이 이어지자 경매품의 가격은 본래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게 되었다. 라이트를 켰다는 것은 경매가가 아무리 치솟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최고가로 경매품을 낙찰받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경매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결국 한수혁은 60억에 목걸이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사실 목걸이의 실제 가치는 4억에 불과했다. 배아현은 혀를 찼다. “미친 거 아니야?” 최지은은 미간을 주물렀다. 다른 경매품을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저건 우리 어머니의 유품이야. 저기 한번 가봐야겠어.” 배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 최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최지은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동시에 그녀 양쪽의 룸 문도 열렸다. 왼쪽 룸에서 먼저 사람들이 나왔다.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검은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부드러운 노란색 조명 아래 넓은 어깨와 가는 허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다른 정장을 입은 사람들은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남자는 미소를 띤 얼굴로 최지은 쪽으로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남자다운 매력을 내뿜었다. 최지은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지난번에 그녀가 박았던 차의 주인이었다. “안녕하세요, 강 대표님...” 최지은이 먼저 입을 열며 인사를 건넸고, 강도윤은 그녀의 곁을 지나칠 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강도윤의 목소리는 매우 감미로웠고 동시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지은은 순간 평소와는 조금 다른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약간 불편하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다. 만약 7년 전 한수혁을 알지 못했더라면 최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약속대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렀을 것이다. 최지은이 두 가문의 약속을 어기고 선택한 남자는 다른 여자를 데리고 경매장에 왔을 뿐만 아니라 조금 전 꽤 큰 소란을 벌였었다. 강도윤은 바로 옆 방에 있었으니 당연히 들었을 것이다. 최지은은 매우 수치스러웠다. 이때 한수혁이 빠르게 걸어왔다. 그는 조금 전 자신과 목걸이를 두고 경쟁했던 사람이 강도윤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한수혁의 비서는 조금 전 낙찰받은 경매품을 들고 있다가 한수혁의 눈빛을 받고 그것을 강도윤에게 내밀었다. “강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강 대표님이 이 경매품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걸 선물로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60억으로 강도윤과 인연을 맺을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혁운 그룹에 이득이었다. 한수혁은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강도윤은 경매품을 힐끗 본 뒤 시선을 내려뜨려 최지은을 바라보았다. “겨우 이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강도윤의 말뜻을 알 수 없었지만 최지은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최지은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도윤의 공격적인 눈빛에 최지은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수혁의 비서는 뻘쭘한 표정을 했다. 경매품을 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강도윤은 손을 뻗어 경매품을 받는 대신에 시선을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한수혁을 바라보았다. “한 대표님 마음에 든 물건인 것 같은데 제가 빼앗을 수야 없죠. 이건 한 대표님께서 소장하도록 하세요.” 한수혁은 싱긋 웃더니 폼을 잡으며 강도윤에게 걸어갔다. 그는 강도윤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굽신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강도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것이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는 법이죠. 제게는 그 정도의 안목이 없는 것 같으니 안목 높으신 강 대표님께 선물로 드리는 편이 더 좋을 듯합니다.” 강도윤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듯했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안 받는 건 예의가 아니겠군요.” 한수혁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마음속 야망을 감추었다. 강도윤과 연을 맺는다면 혁운은 앞으로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지은은 다소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경매품을 힐끗 보았다. 한수혁이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다면 되찾아올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강도윤의 것이 되었고 감히 그에게 뻔뻔하게 그것을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한수혁은 비서의 손에서 케이스를 건네받아 그것을 다시 강도윤에게 건넸고, 강도윤은 손을 뻗어 그것을 받은 뒤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비서에게 건넸다. 선물을 준 뒤 한수혁은 자연스럽게 어떤 핑계를 대어 적당한 타이밍에 약속을 잡아 강도윤과의 관계를 다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입을 여기도 전에 강도윤의 곁에 있던 서 비서가 웃으며 말했다. “한 대표님은 실행력이 좋으신 분이네요. 아까 저희 대표님 대신 룸 이용 비용을 내주겠다고 하셨었는데 그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강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룸 이용 비용이 그렇게 비싸?” 서민준이 말했다. “룸 이용 비용과 아까의 소란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더했으니까요.” 강도윤이 대꾸했다. “그렇다면 일리가 있네.” 한수혁은 그제야 조금 전 그의 룸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을 건 사람이 강도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수혁은 준비한 말을 차마 내뱉지 못했다. 그는 입을 열어 해명하고 싶었으나 강도윤이 사람들을 데리고 그의 앞을 지나쳤다. 서민준은 말수가 많은 수다쟁이인 것인지 강도윤의 옆에서 걸으며 계속 말했다. “이 경매품을 저희에게 선물로 줄 줄 알았으면 패들을 몇 번 더 들어서 가격을 높일 걸 그랬어요.” 강도윤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 법이야.” 서민준이 말했다. “조금 전 경매품을 받으실 때 보니까 딱히 봐줄 생각도 없으신 것 같던데요.” 무려 60억이 아닌가? 강도윤은 싱긋 웃었다. “한 대표 말대로 나는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서민준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한수혁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상대방에게 농락당하고서도 그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무려 60억짜리 경매품을 자신을 농락한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다. 최지은은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착각에 빠져 멍청한 짓을 한 한수혁을 비웃는 듯했다. 예전에 최지은은 강도윤 일행과는 최대한 접촉하지 말라고 한수혁에게 여러 차례 당부했었다. 한수혁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먼저 최지은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아까 낙찰받은 건 비서 시켜서 전부 너한테 보내줄게.” 최지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다 나한테 주면 진서연은 밤새 너랑 같이 있었는데 얻은 게 아무것도 없게 되잖아.” 진서연이 마침 걸어 나오며 겁먹은 눈빛으로 말했다. “지은 언니, 그것들은 대표님께서 언니에게 선물로 주려고 낙찰받은 것들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받지 못해도 괜찮아요.” 최지은은 차갑게 웃었다. “어머, 그래? 정말 마음이 너그럽네. 그래서 저기 있던 남자들이 너를 보고 착하다고 했던 거구나. 그 사람들이 칭찬 몇 번 해줬다고 들떠서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사람은 확실히 많지 않긴 하지. 이 세상의 모든 불륜녀들이 너 같았더라면 본처들이 재산을 뜯겼다는 생각에 고뇌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진서연의 얼굴이 창백했다. 한수혁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 한없이 싸늘한 눈빛을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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