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운전기사가 차를 운해 호텔 앞에 세우자 최지은은 굳이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내렸다.
“강 대표님, 오늘 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비록 오는 길 내내 단 한마디 대화도 없었지만 예의를 지켜야 했던 최지은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차 안에 앉아 있던 강도윤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최지은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눈치 있게 더 말하지 않고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그러나 닫히려던 문이 안에서 밀려 다시 열렸다.
그녀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강도윤이 차에서 내렸다.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가는 강도윤의 깊은 눈동자는 낯설고 차갑기만 했다.
그가 호텔 안으로 들어서는 걸 본 최지은은 눈을 크게 뜨고는 황급히 따라붙었다.
“강 대표님, 오늘 밤 여기서 묵으세요?”
그는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최지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최지은은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저 살짝 마음을 떠봤을 뿐인데... 본격적으로 찔러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얼굴을 굳히고 한마디도 안 할 수가 있지? 나는 아직 강도윤에 대해 잘 모르나 보네. 독설만 잘하는 게 아니라 외면도 잘하네. 언니도 차가운 편인데 두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래도 언니겠지?’
사실 최지은이 일방적으로 파혼하려고 했을 때, 최지유가 강도윤에게 한마디만 거들어 주었더라면 강도윤은 최씨 가문이 이토록 오랫동안 강씨 가문에게 시달리는 꼴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지유는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줄곧 강씨 가문과의 협력을 피했다.
‘강도윤도 언니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거겠지. 아니면 이 오랜 시간 동안 아직 혼자일 이유도 없겠지. 나한테서 언니의 소식을 얻으려다가 거절당한 게 기분이 상했나 보네. 어쩐지 오는 내내 말이 없더라. 이게 후계자들의 방식인가? 누가 먼저 굽히는지 끝까지 버티는...’
두 사람의 오래된 신경전과 비교하면 자신과 한수혁의 실패한 사랑은 오히려 깔끔히 끝맺은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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