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화

조도현은 몸을 숙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설득한 거야?” 윤지현은 앞에서 걸어가는 여자를 보며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속삭였다. “돈 좀 썼어요.” “뭐?” 못 알아들은 척 한 번 더 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다시 한번 대답했다. “돈 좀 썼다고요.” “뭐라고?” ... ‘이 인간이 귀가 먹었나?’ 어이가 없었던 윤지현은 발끝을 세우고 그의 귀에 다가갔고 그는 매우 협조적으로 몸을 숙였다. 그녀는 그의 귀로 바짝 다가가 다시 한번 말했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입김을 따라 깃털처럼 가볍게 그를 간지럽혔다. 침을 꿀꺽 삼키던 그가 갑자기 얼굴을 확 돌렸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고 발끝을 세우고 걷던 그녀는 그의 행동에 놀라 몸을 휘청거렸다. 그가 잽싸게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른 채 그녀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부자 언니, 참 똑똑하시네요.” 그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급히 손을 뻗어 그를 힘차게 밀어냈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그는 뒤로 물러나면서 손으로 벽을 짚었다. 그 벽에는 엽전이 줄지어 걸려 있었고 손이 닿자마자 일련의 소리가 났다. 윤지현은 책임을 회피하듯 두 걸음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윤아와 방지혁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한테는 그렇게 조용히 하라고 하더니 결국은 자신이 제일 크게 소리를 낸 셈이지 않는가? 그것도 윤지현한테 플러팅을 하다가 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앞에서 걸어가던 여자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그를 보고 얼굴이 약간 붉어졌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동전을 훔치면 안 돼요.” ... 당황하던 윤지현도 그 말에 피식 웃었고 여윤아랑 방지혁도 애써 웃음을 참았다. 잠시 후, 소녀는 그들을 방으로 데리고 갔다. “안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간이 되면 데리러 오겠습니다.” “함부로 다니지 마세요. 이곳은 신을 모시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