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화
열기가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고 나지막한 속삭임은 그녀만이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절망적인 마음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한 사람이 왜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나서 이러고 있는 건지? 자신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있었다니...
‘아니 왜 남의 전화를 엿듣냐고?’
“대표님, 남의 전화를 엿들으면 어떡해요? 그건 실례예요. 교양 없는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요.”
그가 턱으로 앞에 있는 컵을 가리켰다.
“점심 약속은 손태호가 대신 갔어. 손태호가 없으니까 직접 물 받으러 온 거고. 일부러 엿들은 게 아니라 윤 비서가 너무 몰입해서 그래.”
그녀는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근무 시간에...”
“지금은 점심시간이야.”
...
점심시간이니까 숨통을 터줘야 할 게 아니냐고.
그가 의자를 돌려 그녀를 자신과 마주 보게 하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윤 비서, 점심시간인데 여자 친구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여자 친구?
어젯밤에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서로의 뜻을 존중하자는 말, 책임지지 않겠다는 그녀의 말을 존중하겠다고 하면서 그녀도 자신이 그녀를 여자친구로 생각하는 걸 존중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눈을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시치미를 떼려는 건 아니지?”
“시치미를 떼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좀 천천히...”
그녀는 갑작스럽게 변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롤러코스터를 타자마자 바이킹을 타는 건 무리니까?
“다른 사람이 우리 관계에 대해 아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
그는 그녀의 마음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애원하는 그녀의 눈빛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간은 줄 수 있지만 오래 끌 수는 없어.”
그의 말투에 약간의 압박이 들어있었다.
“두 달이요. 두 달만 시간을 주세요.”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기회를 틈타 다시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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