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7화
손태호는 출장을 가고 싶지 않았다.
‘피 터지는 전쟁터는 피했는데 냉전은 피하지 못했네.’
조도현은 조용히 윤지현을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한없이 차가워졌다. 그런데 차가움이 극에 달해 오히려 화끈거리는 것 같은 환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방지혁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윤지현은 꽤 기분이 좋아 보였고 조도현도 꽤 걱정해 주었다.
윤지현은 소파에서 일어난 뒤 조도현의 품에 안겨 있던 만두를 안았다.
“어서 가보세요. 시간이 빠듯해요.”
“...”
조도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당장 달래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 조도현은 그녀의 말에 따랐다.
“그래. 윤 비서 말대로 바로 샤워하고 올게.”
조도현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떠나자마자 윤지현은 만두와 놀기 시작했다.
손태호도 기회를 틈타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 지현 씨, 사실 대표님 어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지혁 씨도 바보 같죠. 대표님에게 혼나는 게 두려워서 대표님에게 지현 씨가 아주 안전하다고 거짓말하고, 또 그 뒤에는 지현 씨를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었다고 했어요. 게다가 어제 사모님께서 굉장히 위급한 상태였어서...”
윤지현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태호 씨, 그만해도 돼요. 저도 다 알고 있어요. 전 화가 나지 않았어요.”
‘화가 나지 않은 게 아닌 것 같은데...’
방지혁이 윤지현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대표님에게 보고하러 가겠다고 도중에 파티장을 떠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계속 여러분을 지켜봐야 했었는데... 지현 씨, 진짜 화가 났으면 저를 때리세요.”
윤지현은 웃었다.
“때리라고요? 지혁 씨를 때리면 지혁 씨보다 내가 더 아플 것 같은데요?”
방지혁이 말했다.
“지현 씨...”
윤지현은 만두의 짧은 다리를 쥐고 방지혁의 가슴팍을 때렸다.
“만두야, 네가 나 대신 때려줘. 이제 됐어요. 저 화 풀렸어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우선시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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