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5화

윤지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은 애초에 날 좋아한 적도 없어. 재벌가 딸만이 자기 아들 며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 결국 속마음은 집안끼리 맞아야 한다는 거야. 만약 내 추측이 맞아서 정말 그날 만난 사람이 나라면 오히려 더 복잡해질걸? 날 반가워하기는커녕 괜히 내가 일부러 행사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우연인 척 연출했다고 의심할 수도 있어. 그런 오해 받기는 싫어.” 고유진은 답답한 듯 말했다. “야, 넌 항상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해. 혹시 정말 네가 사모님이라면 어쩌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더 인정해 주고 도현 씨랑 너 사이도 막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윤지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사람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이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게 아니야. 만약 쉽게 바뀔 수 있다면 내가 그동안 아무리 노력했어도 심은우의 어머니는 날 안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아무리 내가 신경 쓰고 집안일에 최선을 다 해도 시어머니 눈에는 난 결국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일 뿐이었어.” 고유진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고 사실 그녀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예전의 윤지현은 심은우한테 시집가서 정말 모든 걸 다 바쳤는데도 심은우의 어머니는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조씨 가문이 훨씬 더 대단한 집안이라는 걸 생각하니 윤지현이 스스로 기가 죽는 것도 이해가 됐다. 윤지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어디까지나 내 의심일 뿐이야. 나 혼자 너무 오버하는 걸 수도 있고.” “근데 만약 진짜 그게 사실이면 어쩔 거야? 정말 네가 사모님이 찾고 있는 은인이면?” 고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냥 만나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먼저 찾아가서 정체를 밝히고 그러진 않을 거야.” 윤지현은 어깨를 으쓱였고 괜히 내가 먼저 나서서 인연을 만든다고 하면 더 이상하게 보일 게 뻔했다. 그 말에 고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뭐가 진실인지도 아직 모르잖아.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살자.” 그렇게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