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4화

노정아는 조도현의 말뜻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얼른 따라가!” 조도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차분한 걸음걸이를 보니 윤지현을 따라잡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마치 윤지현이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조세권과 조은수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몰래 웃었고 반대로 조은별은 안절부절못했다. 다들 함께 노정아를 놀려먹었으니 만약 노정아가 화가 나서 연성에 있는 친정으로 돌아간다면 다들 울상을 하게 될 것이다. 조우현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딴생각했다. “윤 비서 조금 전에 왔다면서? 네 오빠랑 싸워서 떠난 거야?” 노정아는 도중에 떠난 윤지현을 떠올렸다. “아...” 조은별은 두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 조은수가 옆에서 조은별을 대신하여 대답했다. “엄마, 엄마가 먼저 자리를 피했잖아요. 그런데 윤 비서님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성질을 부리는 건 엄마가 세계 1위에요. 엄마는 윤 비서님 집안이 조금 부족하니까 오빠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 윤 비서님을 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편견 어린 시선으로 윤 비서님을 판단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에요.” 노정아는 딸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윤지현이 싫지 않았다. 그러다 아들이 윤지현과 연애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아들이 늘 윤지현 편을 들면서 그녀와 싸우려고 하니 점점 싫어졌던 것이다. “난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날 불러서 나간 거야. 그리고 네 오빠 윤 비서가 아니어도 괜찮은 것 같던데? 민이를 보자마자 바로 민이가 마음에 든다고 했잖아.” “엄마, 아들이 가벼운 남자인 게 자랑스러우신가 봐요. 그거 완전 쓰레기나 하는 짓인데.” 조은수는 팔짱을 끼면서 노정아에게 반박했고 조세권은 조은수를 향해 눈치를 줬다. ‘더 얘기했다가는 들키겠어!’ “조은수!” 노정아는 화가 나서 심장이 아팠다. 곧이어 그녀는 쓰레기 같은 아들의 행태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윤 비서를 찾아가서 사과할까? 나도 네 오빠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