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8화

‘윤지현 씨...’ 차화영의 말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노정아는 흠칫했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얼어붙었다. 후덥지근한 공기 아래, 정자 밖의 햇볕이 길가 양옆의 나무들을 뜨겁게 달구었고 매미들은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러나 그들이 서 있는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움직이는 사람도 없었다. 조은별은 조금 전 웃고 있던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조도현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이 일은 그가 처리해야 했다. 조도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 여자랑 말 섞을 필요 없어. 우리는 이만 가자.” 노정아가 갑자기 입을 열며 정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햇볕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했다. “...” 윤지현은 조도현을 바라보았고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시선을 주고받았다. “가자. 저쪽에 계시는 스님이 우리를 마중 나온 스님일 거야.” 조도현은 이대로 상황을 넘길 생각이었다. 그는 윤지현의 손을 잡고 정자 밖으로 걸어갔고, 다른 사람들은 말없이 그들을 뒤따랐다. 노정아가 윤지현의 정체를 눈치챘는지는 그들도 확신할 수 없었다. 반응만 봐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작은 길 끝에서 스님 한 명이 걸어왔다. 회색의 승복을 입은 스님은 젊고 쑥스러움이 많아 보였다. 스물도 안 되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스님은 그들 사이에 서더니 합장하며 그들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 “노정아 씨 맞으신가요?” 노정아는 조금 멍해 있었다. 노은수가 대신 대답했다. “네. 스님. 저희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스님이 대답했다. “금방 도착합니다. 한 시간쯤 더 걸으시면 돼요.” 다들 충격을 받았다. ‘뭐라고? 산 중턱까지 왔는데 1시간이나 더 가야 한다고? 우리가 가는 곳이 사찰은 맞아?’ “다들 저를 따라오시죠. 금방 도착할 겁니다.” 스님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비록 미소는 천진난만했지만 행동은 가차 없었다. 그는 무더운 날 산길을 1시간 동안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겁을 먹은 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