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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차화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자세는 우아하고 눈빛에는 독기가 숨어 있었다. “자신감을 가져요. 정아 언니가 싫어하는 건 저지, 두 사람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보람이는 유씨 가문의 장손녀예요. 시어머님은 보람이를 아끼시고 조씨 가문과 사돈이 될 의향도 있어요. 조씨 가문 어르신의 반응도 아주 좋았어요. 정아 언니는 우리 앞에서나 으스대지, 감히 시어머님의 말씀에 거역하지는 못할 거예요.” “네.” 차화영의 말을 들은 이정민은 마음을 놓았다. 그들과 같은 재벌가 사람들은 결혼 전에는 누구와 연애를 하든 상관없지만 결혼은 아무랑 할 수 없었다. 우선은 집안부터 따지고 그 뒤에 감정을 논해야 했다. 정략결혼한 부부들 중에 평생을 사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가문의 번영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었다. 이번에 사찰을 방문하게 된 것도 집안 어르신이 조씨 가문 사람들과 우연히 마주치게 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일정은 어르신이 준비했고 심지어 시누이까지 보냈다. 차화영은 본인이 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어르신이 이번에 조씨 가문과 사돈이 되려고 마음먹게 된 것도 차화영이 시누이에게 시어머니 앞에서 그 일을 언급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가 왜 갑자기 이렇게 살갑게 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적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새언니, 잠시 뒤에 스승님이 뭐라고 하시든 가만히 계세요. 절대 쓸데없는 얘기를 꺼내면 안 돼요. 괜히...” 진정한 재벌가 딸인 유현주는 사실 차화영과 이정민을 은근히 무시했으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이정민은 웃어 보였다. 옆 방에서 조도현 일행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노정아가 조용히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옆 방에 차화영 일행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식사를 끝낼 때쯤에야 차화영 일행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노정아 일행은 식사를 마친 뒤 쉬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떠나자마자 차화영 일행은 방금 든 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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