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0화

“그때까지는 조금만 참아 줘.” 조도현의 따뜻한 손이 윤지현의 등을 다정히 어루만졌고 그의 손결은 마치 그녀의 마음속 불안을 눌러주는 다리미 같았다. 윤지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일단 잠시 몸을 숨길 곳을 찾는 건 찬성해요. 제가 표적이 돼서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순 없잖아요. 전 그 정도로 이기적일 순 없으니까요.” 그러던 윤지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 장소가 꼭 연성일 필요는 없어요.” 눈앞에 놓인 이 복잡한 상황에서 유씨 가문과 얽힌 문제는 깊이 묻어버리고 싶은 것이었다. 운명의 톱니바퀴가 마치 미친 듯이 그녀를 유씨 가문으로 몰아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그 굴러가는 바퀴를 멈추고 싶었다. 조도현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알겠어. 운성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볼게. 며칠 내로 옮기자.” 유하민은 윤지현의 표정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지현아, 왜 이렇게 연성을 꺼리는 거야? 지난번 출장 때 안 좋은 기억이라도 남았어?” 윤지현은 당황했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요.” 유하민이 말했다. “영원히 떠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윤지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조도현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 “이 사람과 떨어지기 싫어요. 너무 그리워서 병이 날지도 몰라요.” 조도현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강제로 커플의 달콤함을 목격한 유하민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자극을 받는 거야.’ ... 한편, 여윤아는 그날 밤 바로 사람을 시켜 집 안의 구석구석을 점검했다.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차량과 휴대폰, 가방은 물론이고 가방 속의 작은 거울과 파우더까지 전부 철저히 확인했다. 결국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누가 설치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새 휴대폰으로 바꾸고 윤지현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문득 조도현이 떠나면서 지었던 무서운 표정과 했던 말을 떠올리곤 멈칫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