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저녁이 되자 나는 유은수가 살며시 계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다가가 물었다.
“어때요?”
유은수는 고개를 저었다.
“문이 닫혀 있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요. 예전에 이럴 때면 임 비서님이 다 처리했는데, 지금은 지방에 내려가셨으니, 내일 의사를 부르는 게 좋겠어요.”
“제가 가볼게요.”
나는 유은수의 만류를 뿌리치고 예비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박진섭은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잠들지는 않았다. 다만 기색이 좋지 않아 보였고 침대 헤드라이트 아래에서 안경을 낀 그의 모습은 한층 더 지적인 인상을 주었다. 책을 읽고 있었던 그는 내가 들어오자 눈살을 찌푸리며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열이 내렸는지 보러 왔어. 지금 보니 컨디션이 훨씬 좋아 보여.”
“할 말 있으면 들어와서 해. 그렇게 슬쩍 훔쳐보지 말고.”
박진섭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박진섭의 곁으로 다가가 앉아 그의 얼굴색을 유심히 살펴본 후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확신한 후에야 그에게 물었다.
“아까 이모님이 와서 문을 두드렸을 때 문도 열어주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아서 이모님은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혼쭐이 나서 울기 직전이었잖아.”
“그래? 이모가 언제 그렇게 겁이 많아졌지? 나의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꽤 대담하지 않았어?”
“알고 있었어?”
내가 몰라서 묻자 박진섭은 비웃듯 말했다.
“너는 지금 우리 집에 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면 일찌감치 누군가에게 해를 당했을 거야.”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내가 알고 있다는 건, 이모님이 나에게 말한 그 이야기들을 내가 모두 알기를 바란다는 거지. 최소한 묵인한 것이라는 뜻이지. 그래서 내가 이모님에게 박진섭 씨의 과거 이야기를 물었을 때, 이모님은 끝까지 말하지 않고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어. 이모님이 모르는 게 아니라 내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지?”
박진섭은 내 질문을 무시하고 시치미를 뗐다.
내가 더 말하려던 참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꺼내보니 송시후가 보낸 메시지였다. 별 내용 없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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