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어르신이 지연이를 아낀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익 관계가 없는 애정은, 이익과 마주쳤을 때 한 방에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야.”
“... 그런 거야?”
나는 멍하니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의 감정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 걸까?”
“없어.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독립적이어야 해. 오로지 타인에게서만 얻으려 한다면 그건 곧 심연으로 추락해버리는 거야.”
나는 박진섭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은 마치 후려갈기는 몽둥이처럼 내 머리를 강타했다.
과거의 나는 마치 박진섭이 말한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서 감정을 얻어내려다 결국 심연으로 추락한 사람 말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이런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거대한 공포감이 순간적으로 밀려왔다. 가슴을 움켜쥔 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왜?”
한참 동안 넋이 나갔던 나는 박진섭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강지연 씨의 일이 생각나서, 회장님의 애정도 이익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거잖아. 그럼 너는?”
박진섭은 내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박진섭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강지연 씨가 너를 믿을 수 있을까?”
박진섭은 오랫동안 나를 응시하더니 시선을 내리깔며 담담히 말했다.
“믿을 수 없어.”
“왜?”
나는 재차 물었다.
“이유 따윈 없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강지연 씨가 죽은 후 너는 강지연 씨를 위해 많은 일들을 했잖아. 너한테는 하나도 이득 되는 게 없는데, 이것도 믿을 수 없다면 무엇을 믿어야 해?”
“내가 이런 일들을 하는 건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야.”
박진섭은 아예 책을 내려놓았다. 이 순간 그의 감정은 오히려 이상하게 평온해졌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박진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만약 지연이가 살아 있었다면 내 욕망이 정점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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