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강주언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낮게 뱉었다.
“그 애가 더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아.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하지만 전엔 그래도 통화는 했었잖아요. 분위기가 좋진 않아도 갑자기 이렇게 연락까지 끊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외삼촌, 혹시 또 뭘 하신 거 아니에요?”
강주언은 코웃음을 쳤다.
“그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들은 다 주씨 가문 쪽에서 흘린 거야. 그냥 두어 번 경고했을 뿐인데 그걸로 화를 낼 줄이야!”
“주씨 가문 사람들이 빠르게 고자질했나 보네요.”
강주언의 안색이 여전히 좋지 않자 나는 계속 말했다.
“이 일은 제가 맡을게요.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어 볼게요. 한 번에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까 먼저 주씨 가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내야 해요. 이미 그 말을 믿어버린 상황에서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강주언은 휴대폰을 꺼내 강월의 연락처를 보내 주었고 심지어 SNS 주소까지 공유했다.
나는 멈칫하며 물었다.
“그럼 SNS는...”
“나를 차단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후 강주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던데. 박진섭이 전시장에서 널 데리고 간 뒤 무슨 일을 시킨 거야?”
나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강주언을 바라봤다. 강주언의 눈빛 속에는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분명한 우려가 어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다.
“별일 아니에요. 그냥 두 사람 정도 만난 게 다예요.”
“근데 왜 그렇게 얼굴빛이 안 좋은데?”
나는 무심코 뺨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의사 말로는 가스 중독 후유증이래요. 쉬지 못해서 그런 거라니까 큰 문제는 아닐 거예요.”
나는 강주언의 눈에 스치는 미묘한 연민을 느끼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 눈빛으로 보실 거면 차라리 제가 이번 일을 해결하면 외삼촌이 제게 두 번 신세를 지는 걸로 해 주세요.”
“ 그냥 입을 다무는 게 훨씬 낫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주언의 얼굴엔 옅은 웃음이 번졌고 공기도 조금은 누그러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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