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그 장면을 떠올리자 심장이 쥐어짜듯 아파왔지만 혼령의 상태라 그런지 덧없이 흩어지는 허무함도 느껴졌다.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기댈 곳 하나 없이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올랐다.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눈앞의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침 강유나가 송시후를 밀치며 입을 삐죽거리면서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왜 할머니한테 나랑 같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내가 그렇게 내세울 수 없는 존재야? 나랑 결혼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어떻게 할머니한테 우리가 사귄다는 말도 못 해? 난...”
강유나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송시후는 즉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런 뜻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할머니는 강지연 그 여자를 끔찍이 아끼시잖아. 할머니가 우리가 사귄다는 걸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떼어놓으려고 하실 거야. 그리고 지금 집안 주식도 할머니 손에 많이 있어.”
강유나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입술을 깨물고 송시후의 품에 안겨서 그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야릇하게 움직였다.
“오빠를 탓하려는 건 아니야. 그냥 억울해서 그래. 분명히 처음에는 내 남자 친구였는데 언니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어. 부모님의 사랑, 그리고 오빠까지. 하루아침에 전부 빼앗긴 기분이야. 그래서 너무 두려워. 지금 간신히 붙잡은 이 행복이 언제 무너져버릴까 봐, 또다시 억지로 오빠에게서 떼어내질까 봐. 정말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유나야! 유나야!”
송시후는 죄책감에 휩싸여 강유나를 꽉 껴안고 허둥지둥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애처롭게 입을 맞추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걱정 마, 나는 절대로 네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는 그 여자에게 속았던 거야.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나를 믿어줘!”
강유나는 송시후의 목을 끌어안고 고개를 젖혀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눈꼬리는 촉촉하게 젖어 든 채, 모든 것을 체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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