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가정부는 나를 거실로 안내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가 강민수 부부를 부르러 갔다.
나는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장식품뿐이었고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은 눈길만 줘도 불쾌감을 주었다. 나는 단 한 번 스쳐보고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민수 부부가 함께 내려왔다. 두 사람은 나를 보고 모두 잠시 멈칫했지만 강민수는 곧 정신을 차리고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강연아 씨, 무슨 일로 온 거죠?”
이주희의 얼굴에는 경계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눈길은 날 똑바로 꿰뚫어 보는 듯했다.
나는 기사에게 준비해 온 선물을 두 사람 앞에 놓게 했다. 강민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선물을 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봤다.
“이건 무슨 뜻이죠?”
“어제 전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시죠?”
내 말에 강민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어제는 제가 너무 무례했어요. 집에 돌아가서 외삼촌께 크게 꾸중을 들었어요. 따님을 잃고 슬픔에 잠긴 두 분께 제가 그런 말을 내뱉은 건 결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늘 직접 사과드리러 왔어요. 이건 제 진심을 담은 작은 선물이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민수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별일도 아닌데 뭘 이렇게까지.”
“그래도 제 마음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주희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이주희는 눈에 띄게 몸을 옆으로 빼며 경계했지만 나는 못 본 척 팔짱을 끼면서 이주희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사모님, 어제 강 대표님께서 제게 돌아가신 따님과 닮았다고 하셨어요. 많이 슬프셨을 텐데 제가 앞으로 자주 들러 곁을 지켜드릴게요. 뵙는 순간 정말 낯설지가 않았어요. 전생에서 친엄마였던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이주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팔을 빼냈다.
“그래요?”
“네. 저는 어릴 적부터 엄마 얼굴도 본 적이 없어요. 외삼촌이 키워 주셨죠. 그런데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우신 사모님을 보고 제 친엄마도 살아계셨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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