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아!”
이주희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사과를 깎던 과도가 어쩐 일인지 미끄러져 이주희의 손을 스치며 작은 상처를 내고 말았다. 빨간 피가 배어 나오자 나는 황급히 사과와 칼을 내려놓고 달려가 휴지를 집어 들었다.
“사모님,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서툴러서 그만. 평소에 이런 걸 잘 안 해 봐서...”
이주희는 내 손길을 뿌리치며 말했다.
“건드리지 마세요. 잠깐 올라가서 처리하고 올게요.”
이주희는 상처 난 손을 움켜쥔 채 가정부를 불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이주희가 사용한 휴지를 몰래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이주희는 내려오지 않았고 대신 밖에 나갔던 강민수가 돌아왔다.
“왜 혼자 있어요? 제 아내는요?”
“강 대표님, 제가 사과를 깎다가 그만 사모님 손을 다치게 해서 사모님은 위로 올라가 쉬고 계세요. 시간이 늦어서 저는 먼저 가 볼게요.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
강민수는 잠시 미간을 좁히며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으나 더 말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알겠어요. 기사 불러줄까요?”
“괜찮아요. 외삼촌의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강 대표님, 안녕히 계세요.”
집을 나서 차에 올라타면서 기사에게 말했다.
“얻은 걸 바로 전달해야 하니까 박진섭네 집으로 가 주세요.”
“네.”
기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차를 몰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는 차를 몰아 떠났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 가정부에게 물었다.
“박진섭은 어디 있어요?”
“박 대표님은 임 비서님과 함께 서재에 계세요.”
“네.”
나는 서재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임준호의 눈빛에는 의문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막 손에 넣은 혈액 묻은 휴지를 꺼내 들었다.
“이주희의 혈액 샘플이야.”
박진섭과 임준호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다시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걸 어떻게 구한 거지?”
“어제 전시장에서 있었던 일로 사과드린다는 핑계로 찾아갔어. 직접 만나기만 하면 이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지.”
내가 덤덤히 말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여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