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박진섭의 싸늘한 눈빛에 나는 깜짝 놀라 몸이 굳으면서 한동안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곧 박진섭은 감정을 억누르며 깊은숨을 내쉬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으며 얼굴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방금 네가 한 말 다시 해 봐.”
나는 차분히 답했다.
“송시후가 말했어. 두 사람이 결혼한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 억지로 관계가 생겨서였다고.”
물론 그건 송시후가 직접 내게 털어놓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내 기억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송시후를 핑계 삼아 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박진섭은 묵묵히 앉아 있었지만 눈빛이 이미 크게 흔들려 있었다. 날카롭던 기세는 이미 무너지고 예전 장례식 무렵처럼 텅 빈 절망에 빠져든 사람 같았다.
“송시후는 이 모든 게 강지연 씨가 자신을 좋아해서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강지연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강씨 가문의 관계를 제대로 파헤치면 이 수수께끼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박진섭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졌다.
“왜 지금까지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나도 오늘 낮에야 들었어.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고.”
박진섭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고 그 깊은 시선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박진섭?”
잠시 흔들리던 눈빛은 곧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았으며 박진섭은 얇게 입술을 다물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강유나의 샘플을 손에 넣으면 바로 임 비서에게 알려서 같이 검사하게 해.”
“알겠어.”
“그리고...”
박진섭의 시선이 다시 나를 꿰뚫었다.
“너 요즘 이 일로 분주히 뛰어다니던데 일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박진섭은 잠시 더 나를 응시하다 아무 말 없이 손을 내저으며 내보냈다.
다음 날 예상대로 강유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으며 나는 팀장에게 휴가를 맡았다. 팀장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녀와요.”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강유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를 퍼부었다.
“강연아 씨, 무슨 목적으로 우리 집에 찾아가서 우리 엄마를 다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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