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나는 왜 이 그림이 나를 그토록 불안하게 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강씨 가문에서 나를 되찾아온 첫 달,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란 나는 아름답고 값비싼 물건들을 접해본 경험이 없었다. 나는 마치 허락 없이 남의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어색하게 그들의 웃음소리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나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없었고 내가 그들을 따라가려고 하자 어머니는 망설임 없이 나의 손을 뿌리쳤다. 나는 힘없이 비틀거리다 바닥에 넘어졌고 그들이 서로를 아끼는 듯 다정한 모습으로 떠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돌아왔을 때, 그들은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은 강유나를 앞세워 신나게 일꾼들에게 그림을 벽에 걸라고 지시했고 엄마 아빠는 그런 강유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밤이 되자, 나는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그 거대한 그림 앞에 섰다. 짙은 핏빛과 어두컴컴한 공간이 나를 짓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기운에 휩싸였고 그 순간 강유나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강유나가 그 그림 앞에서 내게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강유나는 분명히 무슨 말을 했었는데 나는 도무지 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그 그림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불쾌한 기분이 들었고 마치 그 그림 위에 내 피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갑작스러운 음성이 귓가를 스치며 나를 과거의 기억에서 불러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가정부가 김경애를 정중하게 안내하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할머니!”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지만 그녀의 몸을 꿰뚫고 지나가 버렸다. 나는 멍한 눈빛으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고 잠시 후 박진섭의 곁으로 조용히 돌아와 김경애를 간절하게 응시했다.
만약 박진섭 외에 이 세상에서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 줄 사람이 있다면, 김경애가 분명 그중 한 명일 것이다.
하지만 박진섭이 김경애에게 내 죽음을 알릴까?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박진섭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동시에 기대감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박진섭은 거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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