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화
원래는 손희진이 박진섭과 함께 회사를 일으켜 세운 사람이라 좀 더 많은 걸 알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얘기를 들어보니 손희진도 그 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나는 실망한 마음이 컸다.
손희진이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이름은 강지연이에요. 이미 세상에 없죠. 아마 모르셨을 텐데 박 대표님이 최근 강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사업을 압박하는 건 전부 강지연 씨 때문이에요. 당신이 강지연 씨와 조금 닮긴 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이잖아요.”
그 말에 나는 다시 물었다.
“그게 다예요?”
손희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술을 깨물고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는 게 고작 이 정도예요?”
“이 정도면 현실을 직시할 수 있지 않나요?”
그 순간, 나는 흥미가 팍 식어버렸다.
손희진이 알고 있는 건 그저 최근 박진섭의 행동을 보고 추측한 것에 불과했다. 예전 일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림판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마침 계단 앞에 이르렀을 때, 박진섭과 임준호가 내려왔다. 임준호가 손희진을 불러 함께 나가자고 했다.
손희진은 아쉬운 듯 박진섭을 한 번 바라본 뒤에야 임준호를 따라갔다.
손희진이 떠났으니 나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때 박진섭이 물었다.
“아까 무슨 얘기 나눴어?”
붓을 들던 내 손이 흠칫했다.
고개를 들자 뭔가를 캐내려는 듯한 박진섭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러다가 손희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박진섭의 마음속에는 강지연 단 한 사람뿐이라는 것 말이다.
그런데 지금껏 나는 왜 박진섭이 나를 오래 기억하고, 심지어 이렇게까지 해 주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학교에서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라면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손희진 씨가 그러더라. 진섭 씨 마음속에는 한 사람밖에 없대. 나는 그저 얼굴이 닮아서 잠시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진섭 씨는 원칙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얼굴만 믿고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거라고 하더라.”
박진섭은 짧은 침묵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