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화
김경애도 내 얼굴빛을 살폈는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었다.
“겁먹었구나? 무섭다면 차라리 살길 하나 알려주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나는 고개를 들어 김경애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깨에 힘을 빼고 한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예전의 인자한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그녀를 응시했다.
“회장님, 오늘 이 자리로 저를 부르신 게 이런 말씀 때문이라면 더 드릴 이야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김경애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네가 직접 시후에게 사실을 밝히든지, 아니면 내가 네 정체를 터뜨리든지. 택해라. 그리고 넌 가진 걸 전부 잃게 될 거야.”
나는 걸음을 멈췄다.
애초에 그녀가 나를 부른 건 송시후를 구하기 위한 수였다.
아마 송시후는 이제 할머니인 자신의 말조차 듣지 않으니 나를 압박하려 한 게 분명했다.
가슴은 시리게 저렸지만 곧 생각이 정리됐다.
김경애는 송시후의 친할머니고 그 애정을 내가 당연히 받을 자격은 애초에 없었다. 강연아의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강지연처럼 사랑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김경애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녀의 눈에서 읽힌 건 싸늘한 냉기, 위협, 그리고 비웃음이었다. 마치 내가 멈춰 선 순간부터 이미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회장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로운 듯 나를 바라봤다.
“송 대표님 아버지에게 사생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송 대표님과 사이도 틀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굳이 저를 몰아붙이며 송 대표님에게 전하라는 ‘진실’은 도대체 뭡니까? 혈연으로만 따지면 그 사생아들 역시 회장님의 손자들이죠. 송 대표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설마 송 대표님을 설득해 제 외삼촌과 손을 잡게 한 다음 그 기회를 다른 이에게 넘겨줄 속셈은 아니신가요?”
허튼소리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송시후를 손수 키워온 이가 김경애였고 그녀는 밖에서 딴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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