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9화
나는 김경애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길을 떨군 채 테이블 밑에서 서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곁에서 들려온 박진섭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회장님, 연세가 드셔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겁니까. 지연이가 세상을 떠난 게 언제였는지, 시신이 언제 발견됐는지, 경찰이 조사할 때 송시후가 어떻게 했는지 벌써 다 잊으신 건 아니겠죠? 그건 차치하더라도 임신한 여자를 한밤중에 억지로 밖에 내몬 사람이 누굽니까? 케이크 한 조각 먹었다고 소리를 지르며 쫓아낸 게 남편이라면 그건 이미 살인자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호텔 영상을 수십 번 돌려봤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강유나의 발연기를 몰라봤을 리 없죠.”
김경애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박진섭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송시후가 그때 지연이의 죽음을 숨긴 건 회장님 손에 쥔 지분을 빼앗으려는 수작이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회장님을 요양원으로 밀어 넣었지요. 혹시 잊으셨을까 봐 말씀드리지만 혹시 알고도 모른 척하시는 건 아니죠? 직접 키운 손자라고 해서 다 감싸려고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만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죠? 그럴 의무도 마음도 없습니다. 예전에 회장님이 제 집에 머무르실 때 이미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 일은 송시후가 죽지 않는 한 절대 끝나지 않을 거라고요.”
김경애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 예전의 일들이 떠오른 듯했다.
그때 나는 김경애가 송시후를 따라 요양원을 가는 걸 끝까지 막아보려 했다.
나중에 임준호가 김경애를 데려갔을 때 나는 안도감이 들기까지 했다.
그저 방관자일 뿐이었는데도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물며 김경애 본인은 어떻겠는가. 손수 키운 손자에게 배신당했는데 속이 편할 리가 있겠나.
다만 그 상처를 안고도 김경애는 여전히 송시후를 감싸고 있었다. 가족 사이였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사람은 사랑하는 이를 감싸려 드는 법이니까.
김경애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박진섭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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