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곧 송시후의 전화벨이 울렸다. 송시후가 전화를 받자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진섭의 변호사가 작성했다는 서류가 벌써 내 책상에 도착해 있다. 도대체 언제 도착할 셈이냐? 우리와 박씨 가문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 일을 맡겼더니 하는 짓이 고작 이거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지른 거야! 경고하는데, 만약 이번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당장 때려치워!”
송시후의 아버지 송국범의 굵직한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전화기를 뚫고 쏟아져 나왔다. 송시후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지만 감히 아버지에게 짜증을 낼 수는 없었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송시후는 김경애 여사를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소유한 주식과 권력을 탐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송국범은 진심으로 두려워했다. 송국범은 성격이 불같고 언제든 송시후를 내쫓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시후가 억지로 분노를 삭이며 겨우겨우 전화를 끊고 울분을 참지 못해 핸들을 쾅 내리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희미한 쾌감이 느껴졌다.
낯설고 기묘한 감정이 나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 감정을 천천히 음미하며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분노에 휩싸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송시후의 모습을 쏘아보며 나는 억눌렀던 웃음을 터뜨렸다. 한때 내 모든 것을 바쳐 맹목적으로 숭배했던 남자가, 알고 보니 이토록 무능력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니. 내 앞에서만 강한 척 허세를 부렸을 뿐, 정작 자신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사람 앞에서는 비굴하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은 존재였을 뿐이었다.
죽음과 함께 사랑의 감정은 파도처럼 밀려 나가고 이제 다시 그를 바라보니 그저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송시후는 박진섭의 회사로 차를 몰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조금 전에 이곳에서 나갔었는데 다시 돌아온 셈이었다. 송시후가 프런트 직원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잽싸게 그 직원 뒤로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